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네이버는 글로벌 진출에 역량을 집중한 반면, 카카오는 국내 카카오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분야 확대를 노렸다. 올해도 이런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두 회사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33%를 기록했다. 네이버의 가장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인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지난해 4분기 326억엔(약 3339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했다. 라인 월간활동사용자(MAU)는 2억1500만명에 달한다.
네이버는 많은 사용자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거두는 걸 주 수익 모델로 삼고 있다. 페이스북, 구글과 비슷한 방식이다. 지난해 실적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한 검색, 라인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 등이 늘었다는 뜻이다.
더욱 고무적인 건 콘텐츠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87%에 달했다는 것이다. 일본, 태국 등 라인이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장에서는 라인페이, 라인택시, 라인기프트샵, 라인앳 등 O2O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올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류스타를 내세운 멀티채널네트워크(MCN) ‘V(브이)’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10일 네이버 관계자는 “당장 수익을 내기보다 이용자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면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 등 다양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네이버는 웹툰의 글로벌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4년보다 57.7% 줄었다. O2O 사업에 신규 투자를 많이 했고 마케팅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O2O 사업이 실적으로 연결되는데 더디다는 것이다. 카카오택시는 사용자 모으기에는 성공했지만,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다. 그동안 주 수익원 중 하나였던 게임 사업은 개발사들의 잇단 이탈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게임 내 광고 삽입, 수수료 차등화 등 새로운 게임 운영 방안을 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게임 업체들은 국내에 한정된 카카오 플랫폼보다는 해외 진출까지 고려해 독자 노선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해외 사업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에 이용자 늘리기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의 올해 성과는 신규 서비스가 수익성 확보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달려 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드라이버, 미용실 예약 서비스인 카카오헤어샵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초 인수한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도 카카오의 숙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해외서 잰걸음 네이버 ‘웃고’… 국내서 승부 카카오 ‘울고’
입력 2016-02-10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