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를 비롯해 하체가 마비된 학생이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정시모집에 합격했다. 휠체어에서 키운 경제학도의 꿈은 마침내 현실이 됐다.
경남 김해시 김해외고 3학년 윤혁진(20·사진)씨는 2016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에 합격해 다음 달 입학을 앞두고 있다. 다섯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지마비로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휠체어에서 생활하고 있다. 앉아서 지내는 삶은 척추측만증까지 불러왔다. 2009년 수술했지만 학교생활은 쉽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해 욕창에 걸린 적도 수차례다. 오래 앉아 있지 못하는 여건에도 그는 잠을 줄여 공부에 전념했다. 눈을 붙이는 시간은 하루 5시간이 전부였다.
이토록 공부에 매진한 배경에는 경제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초등학교 체험학습부터 문화 활동, 여행까지 대부분의 일상에 제약을 받으며 사회 불평등에 눈을 뜬 게 계기였다고 한다. 윤씨는 10일 “이런 경험을 하다 보니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관심을 두게 됐고 자연스레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학생들에게 공부 방법을 전수하고 있다. 방학 때마다 입원치료를 위해 찾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장애인 후배 학생들에게 진로를 상담해주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등을 가르쳐 준다.
윤씨는 입시를 준비하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면접을 하면서 나보다 더 불편한 몸에 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꿈을 키워온 친구들이 있다는 걸 알게 돼 합격 소식을 듣고 미안했다”며 “입학하면 내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복지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휠체어에서 키운 경제학도의 꿈… 하지마비 윤혁진씨, 서울대 합격
입력 2016-02-10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