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썰매 기적 질주… ‘변방’에서‘중심’으로

입력 2016-02-11 04:01
한국 스켈레톤의 '유망주'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간판'으로 성장한 윤성빈이 지난 5일 오후(한국시간) 스위스 생 모리츠에서 개최된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7차 대회에서 정면을 응시한 채 코스를 힘차게 내려오고 있다. 윤성빈은 IBSF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기염을 토했다. AP연합뉴스
최민정
우리나라가 동계스포츠 불모지나 다름없던 썰매 종목에서 연일 국제 대회 승전보를 전하며 새로운 ‘썰매 강국’으로 떠올랐다. 올림픽 출전권도 겨우 따냈던 2년 전 소치동계올림픽 때와는 실력이나 성적 면에서 모든 게 크게 달라졌다.

한국 스켈레톤의 ‘유망주’였던 윤성빈(22·한국체대)은 어느새 세계가 주목하는 ‘간판’으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 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생 모리츠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7차 대회에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올 시즌 6차 대회까지 한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세계 랭킹 1위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를 처음으로 제치며 새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한국 봅슬레이의 ‘희망’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BS경기연맹)도 세계 랭킹 1위로 발돋움하며 유럽·북중미 일색이던 세계 썰매 판도를 바꿔 놨다.

한국이 썰매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오기까진 과감한 투자가 뒷받침됐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썰매 종목에서는 참가에 의의를 두고 경험을 쌓는데 중점을 뒀다. 봅슬레이 대표팀은 3∼4년 전만 해도 유럽산 중고 썰매를 빌려 대회에 나가야 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했다. 그러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대우인터내셔널, KB금융그룹,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급성장을 이끌어냈다. 훈련비가 열 배로 늘고 대당 1억원이 넘는 외국산 썰매를 지원받았다. 장비 보강에 이어 힘과 기술을 높이기 위해 외국 코치를 영입해 실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웠다. 집중적인 육성 속에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이 더해져 지금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이런 기세라면 2년 뒤 평창에서의 금메달도 꿈이 아니다. 썰매 종목의 경우 안방에서 열리는 홈 어드밴티지가 굉장히 크다. 10년째 스켈레톤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빙판 위의 볼트’ 두쿠르스도 올림픽에선 개최국 선수들에게 금메달을 양보해야 했다. 이용 감독도 “평창에서 주행 횟수를 최소 500번 이상 늘리면서 실수를 최소화하는 훈련을 한다면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8개를 포함, 20개 메달을 획득해 종합 4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때 거둔 종합 5위보다 상향됐다. 목표 달성에 있어 썰매는 새로운 효자 종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전통적 메달밭인 쇼트트랙도 평창을 향해 순항 중이다. 대항마가 없을 정도다. 여자 대표팀의 최민정(18·서현고)과 심석희(19·한국체대 입학예정)가 서로 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동반 성장하고 있다. 최민정은 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끝난 2015-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15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2분26초413의 기록으로 가볍게 금메달을 따내며 올해를 기분 좋게 출발했다. 봉와직염으로 빠진 심석희의 공백을 메우며 여자 대표팀 에이스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지원(20·단국대)도 1500m 1차 레이스 결승에서 2분22초020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을 차지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