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에 입주한 124개 기업은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방침으로 기업 생사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입주기업들은 ‘2013년의 개성공단 폐쇄 악몽’을 넘어 ‘제2의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중단 조치에 반발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면담 후 “정부의 (중단 결정) 재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정부가 기업에 피해를 최소화할 말미도 주지 않고 군사작전 하듯이 전면 중단 결정을 하고 일방 통보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절벽에 떨어져 죽으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입주기업들의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이희건 수석부회장은 “입주기업 80%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섬유업체 A사 대표는 “남한 본사에서 개성공단 공장 생산 물량을 메워야 한다”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절반 이상은 섬유·봉제·의류업체들로, 대부분 자체 브랜드보다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물건을 생산하고 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바이어들이 거래를 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영세한 중소기업일수록 타격이 크다. 비교적 규모가 큰 B사 관계자는 “개성공단 생산 비중이 높은 작은 회사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며 “입주기업 중 20∼30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2013년 북한은 3차 핵실험과 4월 한·미 군사훈련을 이유로 161일 동안 개성공단을 폐쇄한 바 있다. 당시 입주기업들은 “피해액이 1조원(약 8억3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하소연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의 실효성에 대한 불만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북측 근로자들 임금이 한 달에 100∼200달러 수준인데, 평균 150달러로 잡으면 1개월에 800만 달러, 한화로 100억원 정도 북한으로 지급되는 셈”이라며 “오히려 우리 업체들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북측 근로자 5만4000여명이 근무하는 개성공단의 한 해 생산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5억 달러(약 6000억원)를 넘어섰다.
입주기업들은 정부의 현실성 있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2013년에는 북한이 먼저 문을 닫았기 때문에 공단 재개가 쉬운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전면 중단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출구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금강산 관광처럼 될지 모른다는 암담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입주기업인 C사 대표는 “2013년에도 정부로부터 특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현실성 있는 지원방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124개 입주기업과 5000여 협력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실질적인 보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번 주 중 회원사 비상총회를 열어 철수계획 등 후속 조치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남도영 최예슬 기자 dynam@kmib.co.kr
[관련기사 보기]
개성공단 124개 입주업체들 ‘제2 금강산 될라’ 노심초사… 당장 생계 걱정 일방조치 반발
입력 2016-02-10 17:00 수정 2016-02-10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