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동물 급증… 반려동물은 명절이 싫다?

입력 2016-02-11 04:16

지난해 말 경기도 안산 대부도의 펜션에 투숙객이 개를 버리고 갔다는 신고가 동물보호센터로 접수됐다. 센터 직원이 방문했을 때 세 살쯤 돼 보이는 몰티즈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었다. 며칠 전 커플 숙박객이 데려왔다 두고 가버린 유기견이었다. 아무리 전화해도 그들은 받지 않았다. 1주일간 버려져 있던 개는 보호센터를 거쳐 다른 가정에 입양됐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10일 “주로 명절 연휴나 이사철, 휴가철에 유기동물이 많이 발생한다. 특히 강원도 강릉 속초 등 휴가지에서 신고가 급증하는데 펜션 등에 그냥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번 설 연휴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6∼10일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는 유기된 반려동물 119마리가 등록됐다. 이 중 15마리는 주인에게 돌아갔고 2마리는 자연사했다. 시스템 등록 후 열흘이 지나도록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공식적으로 주인 없는 신세가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을 넘겨받아 분양이나 기증 절차를 밟는다.

농식품부가 집계하는 유기 반려동물은 한 달에 5000∼8000마리 사이를 오간다. 휴가철이 시작되는 6, 7월이면 그 수가 급증해 월 8000마리를 훌쩍 넘는다. 이렇게 연간 8만 마리 이상이 버려지고 있다.

반면 연휴에 반려동물을 맡길 곳이 없어 걱정하는 주인도 많다. 3년째 반려견 ‘설이’를 키우는 정모(28)씨는 이번 설 연휴에 가족보다 하루 먼저 귀경했다. 지난해 설에 애견호텔에 맡겼는데 설이가 적응하지 못해 올해는 그냥 집에 놔둔 터였다. 함모(25·여)씨는 예민한 반려견 ‘깜돌이’ 걱정에 9년째 제대로 된 가족여행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애견호텔도 직원들 퇴근하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아무래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주최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토론회에서는 애견카페나 애견호텔의 관리 부실 사례들이 발표됐다. 애견카페 등에 머물다 개옴(개선충), 전염성 기관지염, 개홍역 등에 감염됐다는 식이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제대로 된 법 규정이 없어 이런 업소는 일반음식점이나 서비스업으로 등록된다. 충분한 관리 아래 운영된다면 유기되는 동물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은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동반 휴게음식점업, 동물 보관·미용업 등의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영업자는 정기교육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아직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김재영 대한수의사회 동물복지위원장은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평생 가족이란 생각이 나에게 있는지 한 번 더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