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점심 서울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의 접시엔 11가지의 음식이 올라왔다. 불고기 잡채 호박전 조기구이 동그랑땡 등 설음식 종류가 많았다. 고기가 듬뿍 담긴 사골 국에선 김이 모락모락했다. 밥도 흑미밥과 흰쌀밥 중에 골라 먹었다. 많은 이들이 고향을 찾는 설에도 홀로 2평(6.6㎡) 남짓 방을 지켜야했던 쪽방촌 사람들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설 연휴였다.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건 음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성이었다.
한국교회봉사단(대표회장 김삼환 목사)은 이날 쪽방촌 주민을 인근 성민교회로 불러 잔치를 벌였다. 올해로 5년째다. 서울 은평성결교회 교인 40여명이 잔치를 도왔다. 한교봉 전혜선 목사는 “이분들(쪽방촌 사람들)이 최대한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도록 언제나 미소를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음식을 준비한 이들의 앞치마에는 ‘힘내세요. 한국교회가 함께 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식사시간 한 시간 전, 전경희(59·여)씨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교회에 들어왔다. 26년을 이 곳에 살면서 명절에 고향을 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다리가 불편해서 집밖에 잘 안나오는데 명절이니까 사람들 얼굴도 보고 얘기도 좀 하려고 나왔다”며 “혹시 자리를 못 잡을까봐 일찍 왔는데 너무 일찍 왔나보네”라며 멋쩍게 웃었다. 10여분이 흐르자 쪽방촌 사람들이 물밀 듯 입장했다. 어느새 350여명의 자리가 채워졌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 교인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판소리 공연을 하자 마을잔치는 한층 흥이 올랐다. 기타리스트 이강호군이 화려한 기타연주를 선보일 때 일부 주민은 일어나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봉사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잔치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과도 명절의 기쁨을 함께 하기 위해 쪽방촌 곳곳을 들르며 도시락을 전달했다.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지난 5일 코레일 죽전관리역(역장 유희정) 직원들과 함께 설을 맞아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에게 차와 떡 등 다과를 제공하고 새해 인사를 전하는 ‘행복 나눔 행사’를 펼쳤다.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는 “앞으로도 코레일과의 협력을 통해 시민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나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용상 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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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 음식 대접·주민과 국악 공연… 나눔의 설 연휴
입력 2016-02-10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