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잇단 도발에 사실상 개성공단 영구폐쇄까지 감수하는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우리 측이 먼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 중단하고 ‘북핵 제재’ 수단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북한 도발이 잇따르면서 그동안 개성공단을 남북 간 유일한 평화지대로 존중해 왔던 우리 정부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린 것이다.
정부의 강경 조치는 개성공단 자금의 ‘군자금화’를 막겠다는 의지로 여겨진다. 개성공단은 지난해 생산액이 처음 5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크게 활성화됐다. 북한에 임금 등 명목으로 유입된 현금이 지난해 1320억원(약 1억1000만 달러)으로 과거 전체 현금 유입액(6160억원)의 21.4%를 차지하는 등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북한 식음료로 대체되고 있는 근로자 간식 구입비 등 비공식 유입 자금도 크게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정부는 각종 자재와 설비 등 그동안 정부와 민간 분야에서 투자했던 1조190억원대 자산 역시 암암리에 북한의 군사 목적으로 전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이처럼 개성공단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더 이상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우리가 주도해 나가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동안 북핵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속에 작은 ‘변수’로 취급당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미·일 등 우방국과의 공조 방안 외에도 양자 차원에서의 제재 방안에 고심해 왔다. 지난해 대북확성기 방송이 ‘8·25합의’란 작은 성과를 남겼지만 올해 재개한 뒤로는 북한으로부터 어떤 반응도 없는 상태다.
따라서 유일한 ‘대북 레버리지’로 개성공단 폐쇄가 사회 곳곳에서 언급됐다. 하지만 정부는 유일한 남북 평화지대인 개성공단을 제재 수단으로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다만 “개성공단 폐쇄 여부는 향후 북한의 대응에 달려 있다”며 최후통첩을 했고, 북한이 끝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곧바로 운영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된 것이다.
그동안 미국 등 국제사회의 보수 진영에서는 개성공단을 두고 한국의 대북 제재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따라서 이번 선제 조치를 통해 미·일의 고강도 대북 제재를 견인하는 효과는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의 ‘키’를 잡은 중·러에서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되레 한반도 정세를 더 긴장시키는 역효과만 낳을 것이란 비관도 적지 않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북한 내부의 분열을 꾀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그동안 개성공단은 5만4000여명의 북측 근로자는 물론 북한 체제 내부에 시장경제체제를 전파해 왔다. 2004년 시범단지 준공 후 12년간이나 운영돼온 만큼 개성공단의 ‘수혜’를 입은 북한 주민도 적지 않다. 이번 중단 결정으로 이들이 북한 수뇌부에 가지는 불만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적어도 오는 5월 36년 만에 당 대회를 여는 북한에 가뜩이나 초라한 경제적 성과를 더욱 보잘 것 없게 만드는 효과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강준구 조성은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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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10 17:01 수정 2016-02-10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