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36년 만의 당 대회 앞두고 ‘김정은 치적쌓기’에 혈안 미사일 발사는 예고편?

입력 2016-02-10 20:51
오는 5월 36년 만의 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 북한’의 치적 쌓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 신년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필두로 다양한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집권 후 ‘핵·경제 병진노선’을 밝혔지만 경제성과가 미진하자 군사적 치적을 내세우려 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불과 38일 만에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선 데 이어 이동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제5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각국 정보 당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군사 도발은 오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5월 제7차 당 대회 등을 지나며 더욱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당 대회가 김 제1비서의 집권 5년차를 맞아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를 선포하려 한 것인 만큼 무엇보다 내부 결속이 잇단 도발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김정은 북한’은 연이은 숙청과 경제난으로 주민들 사이에 공포감과 원망이 적지 않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여러 경제협력사업 재개를 타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군사적 성과 치장에 나섰다.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패키지는 ‘핵·경제 병진노선’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치적이다.

북한은 강경 도발 국면을 전개하면서 미국에 ‘평화협정’ 공세도 이어갔다. ‘당긴 김에 쇠뿔 뽑듯’ 미국과의 대화 모멘텀을 마련하고 대미 협상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해 강경 도발을 이어가려는 전략이다.

특히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미국에 ‘북한 문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도발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갈 개연성이 크다. 잇단 도발로 ‘제재 무용론’을 일으켜 미국이 직접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에 미국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을 선보인 것도 차기 정부와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기술 고도화를 추구하고,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강변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양무진 북한대학교대학원 교수는 10일 “미국 북핵 정책의 실패를 부각시키면서 북한이 차기 정부와 군축 협상을 벌이고 평화협정 논의를 시도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 맞서서 주도권을 북한이 가져오기 위한 외교적 노림수로도 해석된다. 동북아를 신냉전 구도로 몰아넣어 중·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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