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팔 1988의 택이’역 박보검 “택이랑 덕선의 첫 뽀뽀 꿈 아닌 것, 나중에 알았죠”

입력 2016-02-11 04:01
박보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박보검은 “인터뷰를 하니까 ‘응답하라 1988’이 끝난 게 실감이 나려고 한다. 아직도 보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반듯한 매무새, 환한 미소, 단정한 태도, 선한 눈빛에 어려 있는 고집스러움…. ‘응답하라 1988’(응팔)에서 천재 바둑 기사 최택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배우 박보검은 영락없이 택이였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보검은 응팔 속 택이와 꼭 닮은 모습이었다.

박보검은 2011년 영화 ‘블라인드’로 데뷔해 ‘명량’ ‘내일도 칸타빌레’ ‘차이나 타운’ ‘너를 기억해’ 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차분히 연기 경력을 쌓아 왔다. 그러다 응팔에서 바둑밖에 할 줄 모르지만 ‘내 여자에게만큼은 적극적인 남자’ 택이를 만났다. 5000명이던 팬 카페 회원은 5만8000명으로 늘었다.

박보검은 응팔에서 다소 외롭게 연기를 해야 했다. 친구들과 먹고 노는 모습도 종종 있었지만 바둑을 두는 연기를 하는 때가 많았다. 상대역이 노련한 선배도, 친한 동료도 아니고 바둑판이었던 것이다. “저 혼자 하는 장면이 많아서 선배님들이랑 같이 많이 촬영하지 못한 건 아쉬워요. 성동일 선배님과도 한 번밖에 같이 못했고….”

외로웠던 만큼 배운 점도 많았다. “응팔 하면서는 내려놓는 연기를 배웠어요. 예전보다 연기가 조금 더 편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응팔도 그렇고 다른 작품들도 그랬고…작품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배우는 것들이 꼭 있더라고요.”

응팔은 끝났지만 ‘덕선이 남편의 정체’에 대한 관심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박보검은 언제 알았을까. “짐작도 못했어요. 19∼20회 때는 쪽대본처럼 들어왔는데, 성인(김주혁·이미연) 배우들의 대본이랑 저희 대본이 달랐거든요. 키스신이 있었지만 반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연찮게 사실을 알게 됐다. 김주혁·이미연에게 전달돼야 할 대본이 실수로 박보검에게 전해진 것이다. “전 정환이가 남편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택이랑 덕선이가 처음 뽀뽀한 게 꿈이 아니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고요.”

박보검은 주인 없는 방에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 택이 부자(父子)의 휑했던 밥상이 이웃들의 반찬들로 가득 채워지는 장면, 아빠 최무성이 “아빠도 처음이라서 그래”라며 택이에게 솔직하게 말을 건네는 모습 등을 응팔의 명장면으로 떠올렸다.

택이를 벗어난 박보검은 어떤 사람일까. 닮은 점도 많지만 다른 점도 많다고 했다. “밝고 활달해요. 집에서 과묵한 아들이 아니고 하루에 있었던 일들도 얘기하고…. 2남1녀의 막내인데, 집에서는 엔도르핀이에요(활짝).” 집중할 때 한 가지에 몰두하는 모습은 박보검과 최택의 공통점이라고 했다.

박보검은 자신이 다니는 교회가 이단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평범한 기독교인이에요. 잘못 비춰지는 것 같아 속상해요. 이단이었으면 빠져나왔을 거예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를 묻자 예의 겸손한 태도가 나왔다. “부모님께서 ‘열 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인기가 조금 생겼다고 마음 놓을 게 아니라 더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거죠. 항상 정직하고 분명하게 떳떳하게 살려고 해요. 저를 보면 힐링이 되고 함께 연기하고 싶은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