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는 명절을 맞아 고향 대신 외국여행을 택하는 이들이 유난히 많았다. ‘빨간날’이 닷새나 이어지고, 11일과 12일까지 연차를 내면 무려 9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천국제공항에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6일 하루 인천공항을 통해 우리나라를 떠난 여행객은 9만8389명이다. 출발 여객 기준으로 최대였던 지난달 17일 9만1291명을 넘는 수치다. 연휴 하루 전인 5일부터 마지막 10일까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전체 여행객은 104만명에 달했다. 하루평균 17만3766명으로, 역대 동·하계 성수기나 명절 성수기 가운데 가장 많았다.
고향 대신 외국을 선택하는 사연도 다양하다. 그동안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떠날 기회가 없어서, 결혼을 앞두고 결혼 전 마지막 연휴를 만끽하기 위해서, ‘힐링’을 꿈꾸며 또는 ‘효도여행’을 위해서 등의 이유로 해외로 향한다.
해외여행 증가의 영향으로 관광수지 적자는 대폭 늘었다. 지난해 외국인이 한국에서 여행으로 쓴 일반여행 수입금액은 151억7690만 달러이고 우리 국민의 일반여행 지급금액은 212억7150만 달러다. 관광수지는 60억9460만 달러 적자로 2014년 적자액(17억5810만 달러)의 3.5배이며 2007년(108억6010만 달러) 이후 8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60억9460만 달러는 작년 원·달러 평균(종가기준) 환율(1132원)로 계산하면 약 6조9000억원이다. 또 연간 관광수지 적자는 2010년 이후 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으로 쓴 돈은 212억7150만 달러로 2014년(194억6990만 달러)보다 9.3%(18억160만 달러)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여행을 떠난 국민은 전년보다 20.1% 늘어난 총 1931만430명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영향을 받았고 일본의 엔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 관광객이 일본으로 몰린 것도 악재로 작용했지만 저비용 항공노선이 늘어나면서 일본, 태국 등 근거리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 여행객으로부터 벌어들인 수입은 151억7690만 달러로 전년(177억1180만 달러)보다 14.3% 줄었다. 지난해 방한 관광객은 1323만1651명으로 전년보다 6.8%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2003년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해 메르스 때문에 국내 경기가 바짝 얼어붙었고 관광지가 가장 타격을 입었다. 당시 정부를 비롯해 대기업 등이 국내 휴가를 적극 권장했다. 외국으로 떠나는 대신 국내로 발길을 돌리면 지역 경제도 주름살이 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 어느 곳 못지않게 볼거리가 많고 자연도 아름답다. 지역 구석구석 특색도 있고 조그만 군 단위에도 명소가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관광공사가 지역의 매력적인 관광콘텐츠를 선정해 2년간 해외 홍보와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지역 관광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급증한 외국 관광객들이 다시 찾고 싶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렇게 육성된 지역 관광콘텐츠를 우리 스스로 많이 찾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돈을 쓰는 것도 애국이다. 내국인이 찾지 않는 관광지를 외국인이 찾기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다. 이제 연휴에는 외국만 찾을 것이 아니라 국내 관광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내일을 열며-남호철] 연휴를 해외 대신 국내에서
입력 2016-02-10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