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8일 공식 개관하는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세 곳 모두를 건설부터 운영까지 총괄한 인물이 있다. 유일무이(唯一無二)해 ‘공연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의준 롯데콘서트홀 대표를 지난 4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집무실에서 만났다. “훌륭한 공연장일수록 적자가 많이 날 수밖에 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김 대표는 점심까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파이프오르간 조율사가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조율사는 귀가 예민해 조율 중에는 홀에 아무도 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빈야드(Vineyard) 스타일로 만들어진 콘서트홀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롯데가 콘서트홀을 짓겠다고 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간 문화예술 지원에 소극적이었는데 콘서트홀 건설에만 1500억원을 투입했다.
“그룹이 제2롯데월드 단지를 개발하면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들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측면에서 문화예술 지원에 관한 여러 구상을 했는데, 제대로 된 클래식 전용홀을 건립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둘 다 공연을 좋아해 가끔 보러 다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롯데콘서트홀을 빈야드 스타일로 한 것도 일본 산토리홀을 많이 보셨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임 대표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고, 사고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공연장을 짓는 것은 정말 힘들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공연장을 운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정적인 파이프라인을 안정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대표로 온 뒤 그룹 경영진에게 좋은 공연장일수록 적자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공연장이 갖는 무형의 수입을 계량화할 수는 없다. 경영진은 콘서트홀이 앞으로도 계속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것을 처음엔 쇼킹해했다. 다행히 지금은 이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관이 무산됐을 때 섭외했던 연주자 및 연주단체의 공연을 취소하는데 힘들었을 거 같다.
“32년째 공연계에서 일하면서 공연을 취소하거나 취소되는 경험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개관 연기로 16건이나 되는 계약을 한꺼번에 취소하기는 처음이었다. 우리 탓에 아시아 투어가 취소되는 단체들도 있어 미안했다. 올해 개관에 맞춰 다시 연주자 및 연주단체를 섭외해야 해 우리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때 연기로 올해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맘껏 준비하지 못한 면도 있다.”
-개관 페스티벌 프로그램으로 작곡가 진은숙에게 위촉한 신작을 비롯해 20여개 공연을 준비했다. 선정 기준은 뭔가.
“일각에선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이 적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는 국내에 대부분 소개됐다. 더욱이 이들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을 국내 클래식 기획사들이 그동안 해왔던 상황에서 우리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 공연장을 가져 절대적으로 유리한 우리가 영세한 기획사와 경쟁하는 건 상도의에 어긋난다. 롯데콘서트홀은 이들이 하지 않는 연주자와 연주단체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게 맞다. 개관 프로그램에 고음악과 현대음악, 클래식과 멀티미디어 융합 등 흥미로운 게 많다. 대형 클래식 전용공연장에서 처음으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한 만큼 파이프오르간 음악을 자주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과 내후년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는 연간 90회 정도의 기획공연을 할 계획이다.”
-90회 공연 중 오후 2시에 시작되는 낮 공연이 60회다. 주부 관객을 타깃으로 한 건가.
“롯데콘서트홀은 쇼핑 공간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공연과 쇼핑을 연계한 낮 공연을 많이 기획했다. 해설이 있는 쉬운 공연 외에 KBS 교향악단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나 파이프오르간 리사이틀 등 수준 높은 공연도 다수 포함돼 있다. 장보러 왔다가 공연 보고, 공연 보고 장을 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낮 공연은 롯데콘서트홀만의 색깔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새로운 음악문화와 관객층을 개발해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연간 운영비는 얼마나 드나.
“감가상각까지 포함해 300억∼32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공연 사업비는 연간 70억원 수준이 될 것 같다. 예술의전당은 주차장이나 카페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이 있지만 롯데콘서트홀은 티켓 판매와 대관 수입이 전부다. 예술의전당은 또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데 비해 우리는 롯데그룹이 지어 외부 후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적자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나눠 보전하게 된다.”
-클래식 팬들은 롯데콘서트홀 음향에 관심이 크다.
“박스 인 박스 구조여서 외부 소음과 진동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다. 도요타 야스히사가 이끄는 음향 전문가들이 여러 번 테스트를 한 결과 원했던 범위 안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최고 음향을 갖춘 공연장이 될 거라 자신한다. 최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이 연주를 해보고는 도요타씨를 끌어안고 ‘감사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3월부터 개관 전까지 비공개로 사전 콘서트를 열어 음향을 재차 테스트할 예정이다.”
-롯데콘서트홀이 예술의전당과 차별화하는 지점은 뭔가.
“굳이 차별화하려는 것은 없다. 관객 입장에선 다양한 공연장을 경험하면 좋을 것 같다. 그동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대관 경쟁률이 4, 5대 1이어서 롯데콘서트홀이 대형 클래식 콘서트홀 공급 부족 상황을 해소해 줄 것이다. 공공극장인 예술의전당보다는 대관료가 높을 것으로 판단한다. 두 콘서트홀이 경쟁하며 클래식 관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솔직히 클래식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콘서트홀을 지속적으로 지원할지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적자가 계속되면 나중에 K팝 공연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마다 20년 장기사업계획을 최고경영진에 보고하더라. 롯데콘서트홀은 20년간 적자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했다. 적자 운영을 우려하는 의견이 나오자 신동빈 회장께서 롯데야구단과 마찬가지로 롯데콘서트홀은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롯데콘서트홀은 앞으로 롯데그룹 메세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본다.”
◆ 김의준 대표는 누구인가
한국 공연계서 손꼽히는 예술경영인
김의준(66) 롯데콘서트홀 대표는 한국 공연계에서 손꼽히는 예술경영인이다.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1984년 예술의전당 건립에 참여하면서 공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공사가 끝나고 엔지니어들은 돌아갔지만 계약과 안전 문제를 담당하던 그는 눌러앉았다. 이후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공연 기획 등 운영에서도 업적을 쌓았다. 예술의전당 공연사업국장으로 재직하던 1996년 LG아트센터 건립 총책임자로 스카우트됐다. 2000년 개관한 LG아트센터는 시즌제와 패키지 티켓 판매로 공연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초대권 없는 문화를 만들고 9개월간 ‘오페라의 유령’을 무대에 올려 뮤지컬 붐을 일으켰다. 2010년 정년퇴임한 뒤 2011∼2013년 국립오페라단 단장을 거쳐 2014년 5월 롯데콘서트홀 대표에 취임했다.
mshan@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김의준 롯데콘서트홀 대표] “국내 최고 음향을 갖춘 공연장이 될 거라 자신”
입력 2016-02-11 21:16 수정 2016-02-12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