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자식도 몰라보는 개, 돼지만도 못한 인간들 얼굴을 왜 가리는 거야. 마스크 좀 치워봐요.” “사람이기를 포기한 악마들이니 똑같이 5시간 동안 때려죽여야 하는 거 아냐.”
중학생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11개월 가까이 집에 방치한 엽기적인 사건의 현장검증이 5일 경기도 부천시 소사본동 자택에서 진행됐다.
피해 여중생의 아버지 A씨(47·목사)와 계모 B씨(40) 부부는 오전 법원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11시50분쯤 경찰 호송차 2대에 나눠 타고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포승줄에 묶인 A씨 부부가 호송차에서 내리자 주민들 사이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부부는 둘 다 하늘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모자를 푹 눌러쓴 차림이었다. 이들은 “죄책감이 없느냐”고 취재진이 물었지만 답하지 않고 경찰관에 이끌려 집으로 들어갔다. 이어 숨진 딸(당시 13세)의 시신이 놓여 있던 작은방과 거실 등을 오가며 범행 상황을 담담하게 재연했다. 나무막대와 빗자루로 딸의 손바닥, 허벅지 등을 번갈아 때리는 시늉을 했다.
현장검증이 진행되는 동안 골목 밖에서 서성이던 한 주민은 “목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친딸을 죽이고 시신을 집에 계속 놔둘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동네에서 2년간 살았다는 중국동포 박모(33·여)씨는 “한국 법이 너무 약해 살인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며 “부모가 아이를 죽이고, 아이들이 부모를 죽이는 일이 왜 이렇게 자주 발생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곳에서 30년 동안 살았다는 정모(68·여)씨는 “죄지은 사람 얼굴 좀 보려고 나왔다”며 “아이가 맞으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목사인 아버지가 그런 끔찍한 일을 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A씨 부부가 현장검증을 마치고 오후 1시쯤 골목을 빠져나가자 주민들의 야유와 욕설이 호송차 뒤로 쏟아졌다. 이들이 떠난 집 대문 앞에는 소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국화 한 다발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A씨 부부 집 주변은 이날 오전 현장검증 시작 전부터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100여명이 모여 부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집 창문을 활짝 열고 현장을 지켜보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주민들의 발길이 점점 늘어나자 경찰관들은 골목을 통제하고 A씨 부부 집 쪽으로의 접근을 막았다.
A씨 부부는 지난해 3월 17일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 부천의 자택 거실에서 가출했다가 돌아온 딸을 번갈아가며 나무막대로 5시간 동안 때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이들은 딸이 숨지자 시신을 이불로 덮어 작은방에 11개월간 방치했다. A씨 부부는 딸의 도벽과 가출에 대해 훈계한다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22단독 송승훈 판사는 “도망의 염려가 있고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을 경우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오후에 A씨 부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부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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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2-05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