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어린이집 예산은 안받겠다”보이콧… 서울 4개월분 누리예산 시의회 통과 ‘일시 봉합’

입력 2016-02-05 19:25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5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열흘 넘게 이어졌던 서울지역 ‘보육대란’이 설을 앞두고 일시적으로나마 봉합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유치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4개월23일분을 긴급 편성키로 했다. 유치원들은 당분간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하지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끝내 거부했다.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 ‘어린이집 보육대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5일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개월23일분 중 1월분과 1인당 7만원인 어린이집 방과후 과정비를 즉시 집행한다”고 밝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예산이 들어가면서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된 서울지역 ‘보육대란’은 일단락됐다. 현재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들어가야 할 돈이 모두 지원된 것이다.

물꼬는 시의회가 텄다. 시의회는 이날 오전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교육청이 제출한 유치원 누리과정 2개월분 추가경정 예산안을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4개월23일분 편성하는 것으로 수정 의결했다. 시의회는 지난 연말에 교육청이 제출했다가 내부유보금으로 묶여 있었던 유치원 누리과정 12개월분 예산 2521억원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각각 1008억원, 1513억원 배분토록 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방자치법 127조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 동의 없이 지출예산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의회에서 가결한 추경 예산은 유치원 부분에 대해서만 유효하다.

교육청은 ‘어린이집은 교육청 소관이 아니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으로 시·도교육청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다 어린이집 보육료는 카드결제 방식이라 카드회사에서 어린이집으로 보육료(22만원)가 들어간다. 결제 시차가 있어서 다음 달 중순까지는 문제가 없다. 다만 교육청은 어린이집 방과후 과정비(1인당 7만원) 77억원은 서울시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하라는 요구를 거부하면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경기·전북·광주·강원교육청 등과 공조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면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 책임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어린이집은 교육청이 다음 달 말에 결제하게 돼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 어린이집 지원 문제는 정치권과 시의회, 시 등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다음 달 중순쯤 ‘어린이집발 보육대란’이 터지면 비난의 화살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서울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예산을 삭감한 시의회에 직간접적인 압박을 가해왔었다. 이런 압박은 더불어민주당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에 4개월23일치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키로 한 것도 총선을 앞두고 이런 정치적 압력을 조 교육감에게 넘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