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증세로 고속철 투자”… 오바마 360조원 ‘클린교통’

입력 2016-02-05 20:02
미국 오바마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과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21세기 클린 교통시스템’ 발표를 앞두고 배럴당 10달러(약 1만2000원)의 유류세 도입을 제안해 공화당과 석유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주 3000억 달러(약 360조원) 규모의 새로운 교통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더불어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석유회사에 유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의회에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류세를 걷어 고속철과 자율주행차, 탄소배출 감소 운송수단 등 인프라 투자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제프 지엔츠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국장은 이번 계획에 대해 “스마트하고 전략적인 접근”이라면서 “유류세는 석유회사들이 부담하게 되지만 세계 시장에서 국내 석유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수출되는 석유제품엔 부과하지 않으며 수입 제품에는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유류세 도입 계획은 공화당의 거센 비난에 직면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탓이다. 공화당 수장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는 국민에게 기후 어젠다의 대가를 치르게 하려고 한다”면서 “10달러의 유류세를 도입하면 기름값이 오를 것이고, 가난한 미국인들이 가장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계획을 “레임덕 대통령이 재미삼아 하려는 일”이라고 비하했다.

게다가 10달러의 유류세는 휘발유뿐만 아니라 모든 석유에 부과되기 때문에 항공업계, 난방업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소비자에게 상당한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악관 역시 석유업계가 비용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감당하도록 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잭 제라드 미국석유협회 회장은 “백악관은 미국인들이 기름값을 충분히 지불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유류세 도입은 1갤런(약 3.8ℓ)당 가격을 25%가량 상승시킬 것이고 현재 저유가 혜택을 보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며, 글로벌 에너지 리더로서 부상하고 있는 미국을 예전으로 되돌리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유류세 도입 제안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대부분을 수용해 온 차기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도 ‘불편한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연간 소득이 25만 달러(약 3억원) 미만인 가구에 대한 증세는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배럴당 7.72달러(약 923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1993년부터 동결된 상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