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원숭이해도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모레가 설이니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되겠지요.
‘원숭이’는 ‘원성(猿猩)이’에서 온 말입니다. 猿은 보통 작은 원숭이, 猩은 침팬지같이 덩치가 크고 고등한 원숭이를 일컫지요. 오랑우탄을 ‘성성이’라고 합니다. ‘이’는 ‘바둑이’의 ‘이’처럼 붙은 접사이고 원성이가 원승이, 원숭이로 음운 변화를 거친 것입니다.
원숭이를 이르던 우리말은 ‘납’입니다. ‘두시언해’ 등 훈민정음 반포 후에 간행된 한글서들에도 나오지요. 원숭이를 ‘잔나비’라고도 하는데, ‘납’과 관련이 있습니다. ‘납’이 ‘납이’를 거쳐 ‘나비’로 변한 것이지요. ‘잔’은 ‘잰걸음’처럼 빠르다는 뜻을 가진 ‘재다’에서 온 말이고요. 동작이 빠른 원숭이라는 뜻의 ‘잰나비’가 ‘잔나비’로 변해 쓰이는 것입니다.
보통 호랑이띠같이 띠를 말할 때 원숭이띠라고 하지 않고 잔나비띠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원숭이의 다소 경박한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잰 놈보다 뜬 놈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빨리만 하는 사람보다 느리지만 제대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이 낫다는 뜻이지요. ‘뜨다’는 ‘굼뜨다’같이 행동이 느리다는 뜻이며, ‘동작이 그렇게 떠서 오늘 안에 일을 마칠 수 있을까’처럼 쓰입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원숭이’는 ‘원성(猿猩)이’가 변한 말
입력 2016-02-05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