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재(38)씨는 26㎡(8평) 남짓한 작은 사랑방의 주인이다. 크리스천 문화사역자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이 사랑방의 이름은 ‘소금(SOGM)센터’. 서울지하철 2호선 봉천역 4번 출구에서 310m 떨어진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디자인 음악 연극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교회문화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아 신씨 혼자 사랑방을 지키는 날도 많다. 최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도 신씨는 혼자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기독문화 사역자들이 각자 각개전투를 하는 상황이에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연합해서 머리를 맞대야 기독문화도 발전할 수 있는데 현실은 모일 공간조차 마땅치 않아요. 그러다보니 기독문화는 쇠퇴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기독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곳에 와서 함께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작은 파티를 열었다. 파티 이름은 ‘기독교문화제’라고 지었다. 디자인 영상 성극 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8명이 모여 서로의 사역을 소개하고 친목을 다졌다. 참석자 중 한명은 자신을 ‘환경사역자’라고 했다.
“주님이 주신 지구를 깨끗이 가꾸는 사역을 하는 분이셨어요. 그 분이 소개할 때는 ‘이런 사역도 있구나’하고 놀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신씨가 소금센터를 연 이유는 사실 객기에 가깝다. “문화 관련 잡지를 보다가 불교문화재단에서 일하는 어느 스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어요. 불교문화 관련 디자인 공모전을 수년째 개최하는 재단인데, 이 공모전에 타종교인들의 참여가 점차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디자인을 하려면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해요. 불교문화 디자인을 하려면 당연히 템플스테이 불상 절밥 등을 공부해야 된다는 말이죠. 이런 식으로 자연스럽게 불교문화를 알리고 있던 겁니다. 그런데 기독교에는 제대로 문화사업을 하는 재단이 없어요.”
지난해 6월 호기롭게 소금센터를 열었지만 재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소금센터는 전적으로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되는데 매달 들어오는 후원금은 월세 60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 신씨는 틈틈이 디자인 관련 일을 하면서 부족한 비용을 메운다.
“올해가 고비에요. 수익을 내려고 오픈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머니가 바닥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겠죠. 지금 상태라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잠시 말을 멈춘 신씨가 성경구절이 적힌 쪽지 하나를 건넸다.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마 6:30)라는 말씀이 적혀 있었다.
“돈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많은 시대에요. 당연히 내일 먹을 걸 오늘 걱정하는 크리스천들도 늘고 있죠. 저 역시 불안할 때가 많아요. 그러나 당장은 힘들더라도 하나님 비전이라면 계속 해보고 싶어요. 이 말씀이 제가 힘들 때 묵상하는 구절입니다.”
신씨는 2010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맺어진 크리스천 모임인 ‘소금당’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이 모임에선 매년 성탄절에 ‘지저스박스’라는 프로젝트를 한다. 녹색과 검은색 두 종류의 상자를 쌓아올려 예수님 형상의 조형물을 세우는 것이다. 상자의 수는 이 프로젝트의 후원자 수와 같다. 300명이 후원했으면 상자 300개를 쌓는 식이다. 후원금은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다. 지난해엔 홍대 한복판에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홍대의 성탄절은 쏟아져 나온 인파 때문에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그 곳에 예수님 형상의 조형물을 세우니 거리에 나온 연인이나 가족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더라고요. 이렇게라도 예수님 탄생을 축하해 드릴 수 있어서 기뻤어요. 지난해 후원금은 아프리카 말라위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쌀 옥수수가루 설탕 과자 등을 구입하는 데 썼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갈 때보니 들어갈 땐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거기엔 이런 성경구절이 적혀 있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마 5:13)
이용상 기자 sotong@kmib.co.kr
[미션&피플] 크리스천 문화사역자 사랑방 ‘소금센터’ 운영 신경재씨 “문 열려 있습니다, 쉬러 오세요”
입력 2016-02-10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