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상은] 자녀의 생명부터 존중하라

입력 2016-02-05 16:36

연초부터 연이어 불거진 사건들이 우리를 참담하게 한다. 21살 엄마가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바닥에 던져 두개골 골절상과 뇌출혈을 입힌 사건, 부모 학대로 숨진 아들의 사체를 훼손해 냉동보관하고 있던 사건 등.

그리고 며칠 전, 여중생 딸을 5시간가량 폭행해 숨지게 한 아버지가 딸 시신을 집 안에 11개월간 방치해 딸이 미라 상태로 발견되었다. 시신의 악취를 감추기 위한 방향제와 향초, 습기 제거제 등이 놓여 있었으며, 딸이 숨진 이후에도 학교 교사들과 거리낌 없이 전화 통화를 하며 상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는 독일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한 신학대학에서 겸임교수를 맡아 활동하던 목사였다.

몇 년 전에는 친아버지와 계모로부터 학대받던 6세 아이가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는데 쇠젓가락에 찔려 몸 구석구석 구멍이 나 있었고 등에는 다리미 화상 자국이 선명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학대로 숨진 누나가 집 마당에 암매장되었다는 사실이다. 2013년에는 소풍 가고 싶다던 아이를 마구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와 친부가 구속됐으며, 지난달 맨발로 집을 탈출한 주희와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된 아이에 이르기까지, 아동 학대의 가해자는 바로 친부모였다. 언론에 공개된 아동학대 사건은 극히 일부인데 2014년 한 해 동안 아동학대 사례는 1만건이 넘고, 이 중 80% 이상이 친부모에 의한 학대였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조사한 결과 단연 ‘어머니’가 1위를 차지하였으며, 가장 안전하고 친밀한 단어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부모는 사랑의 단어가 아니며, 가정은 안전한 장소가 아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경제적 어려움이나 학교 교육의 문제 때문인가. 아니면 지나친 경쟁심리 탓인가. 인터넷 게임이나 드라마의 폭력성 때문인가. 다각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유교문화 속에서 가문을 중시하고 효를 강조하면서 은연중에 자식이 부모의 소유인양 생각되어 온 측면이 있다. 아무리 어린 자녀라 할지라도 엄연히 독립적인 인간생명이며 이는 결코 그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럼에도 세상은 아버지가 생활고를 비관해 자녀와 아내를 죽이고 자살하는 경우를 동반자살이라는 단어로 미화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결코 동반자살이 아니며 세 명의 살인에 이은 한 명의 자살인 것이다. 비록 사망하였다 할지라도 아무런 잘못이 없는 아이들에 대한 살인에 대해 죽은 이후에라도 분명 살인죄에 대한 확정을 함으로써 모방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참으로 많은 아이를 부모의 결정으로 죽게 만들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낙태일 것이다. 배 속에 있는 아이의 살해는 용납하면서 얼마 후 바깥에 나온 아이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오늘의 법 집행은 다분히 우리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자궁 안에서의 태아살해 연습은 이후의 신생아와 영유아의 살해로 이어지며, 오늘날의 아동학대와 살인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리인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나가자. 이를 위해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생명존중헌장을 준비하고 있는바, 이를 지켜 우리 후손에게는 서로 사랑하는 살맛 나는 조국,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물려주었으면 한다.

박상은 (샘병원 대표원장·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