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누리예산 시의회 벽 넘었지만 사태 해결 불투명

입력 2016-02-04 21:56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4일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4개월분을 추가경정 예산으로 편성키로 의견을 모았다. 서울은 ‘보육 대란’이 이미 시작된 지역이다. 사립유치원 교사 월급이 체납되고 원장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라는 큰 산을 넘은 것이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일시적으로나마 사태가 봉합될지 불투명하다. 또한 교육청이 시의회의 ‘4(어린이집)+4(유치원) 예산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정부와 교육감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완전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급한 불 꺼질까…교육청으로 공 넘어가=더민주 소속 시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소문 의원회관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교육청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4개월분 예산의 편성을 요청키로 했다. 5일 임시회에서 수정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시의원들은 ”이번 결의는 시의회와 교육청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이며, 이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의총에는 재적의원 73명 중 53명이 참석했다. 시의회는 더민주가 전체 104석 중 73석을 차지한 다수당이어서 의총 결정사항이 본회의를 그대로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4 예산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교육감은 경기·광주·강원·전북 등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한 다른 교육청과의 공동보조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이 수정 예산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더민주의 의총 결정은 무의미해진다. 교육청은 앞서 시의회에 유치원 누리과정 2개월분 추경 편성을 요구하는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어린이집은 제외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어린이집 예산 편성에 대단히 신중한 입장이다. 5일 열리는 시의회 본회의를 본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결까지는 산 넘어 산=조 교육감이 시의회 결정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당초 시의회가 조 교육감보다 입장이 강경했었다. 교육청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했지만 이를 막은 것은 시의회였다. 유치원만 지원하고 어린이집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삭감해버렸다. 이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논란이 유치원으로까지 옮겨 붙은 결정적인 계기였다.

서울의 사립유치원들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삭감한 시의원들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다. 예컨대 유치원 차량에 예산 삭감에 앞장선 시의원 이름을 붙여놓고 다니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만약 조 교육감이 시의회의 ‘4+4 예산안’ 제안을 거부하면 조 교육감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시·도교육청과 시·도의회들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자 고삐를 더욱 죄고 나섰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학부모단체 대표 등과 만나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는 문제만 남아 있다”며 “교육청이 아이들을 볼모로 정치적 이슈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전날에 이어 이틀째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할 여력이 있다”며 거듭 압박했다.

이도경 라동철 전수민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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