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통과시키기 직전까지도 거센 공방을 주고받았다. 원샷법과 무쟁점 법안 등 40건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당리당략에만 매몰됐던 정치현실이 개선되긴 어렵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고성에 막말로 얼룩진 본회의장=더불어민주당은 원샷법에 대해 ‘자율투표’ 방침을 정한 뒤 본회의에 참석했다. 쟁점법안과의 동시 처리를 주장했던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선 정의화 국회의장으로부터 오는 18∼19일 처리한다는 입장을 전달받은 뒤 ‘본회의 보이콧 카드’를 접었다.
가까스로 열린 본회의장은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의 강경 발언 이후 난장판이 됐다. 그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야당은 민주노총 2중대”라며 “국회의원이 아닌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지난 1월 29일) 여야 합의안을 뒤집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했다.
그러자 더민주 의석에서는 “사과하라” “어디다 손가락질이야”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고, 여당 의원들은 “선거 안 치를 거냐, 너네” “조용히 해” 등으로 맞받아쳤다. 더민주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은 대기업·재벌의 이익을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반격했다.
정 의장은 정회를 요구하는 더민주에 어렵게 본회의를 열게 된 점을 강조하면서 의사 진행을 이어간 끝에 원샷법 표결이 이뤄졌다.
본회의에 앞서 새누리당은 원샷법 찬성 당론을 정한 국민의당을 법안 통과의 지렛대로 삼아 더민주를 압박했다. 하지만 재석 223명 중 174명이 원샷법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캐스팅보트로서 국민의당 역할은 두드러지지 못했다. 더민주에선 46명(반대 21명·기권 25명)이 원샷법에 찬성하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본회의에 참석한 11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본회의 후 새누리당과 더민주 대표 및 원내대표는 협상을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오는 12일까지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안에 합의하도록 노력하기로만 했다.
◇국회 문턱 넘은 법안들=이날 통과된 원샷법은 정부·여당의 대표적인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이다. 세제 및 금융 혜택,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의 선제적인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것이다. ‘재벌 특혜법’이라는 야당의 우려를 감안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지원 혜택을 취소하고 지원액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보완장치를 뒀다. 법의 ‘유효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다.
주한 외국 대사들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입법권 침해’ 논란까지 불거졌던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개정안은 국내 법무법인(로펌)과 외국 법무법인의 합작 법무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다. 3년 이상 운영된 국내외 로펌이 합작 로펌을 설립할 수 있고, 외국 로펌의 지분율과 의결권은 49%로 제한된다. 주한 외국 대사들은 외국 로펌 지분과 의결권 제한 등을 수정해 달라고 법제사법위원회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거주자들의 신청을 받아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지하주차장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아동학대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 또는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을 경우 아이돌보미 자격을 취소하도록 한 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도 가결됐다.
한편 새누리당은 재적의원 과반 요구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해 달라는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與 ‘국민의당’ 지렛대로 더민주 압박
입력 2016-02-04 21:28 수정 2016-02-05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