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 폭발물을 본뜬 물체를 설치한 범인은 대학원 졸업의 고학력자였다. 정신질환도, 전과기록도 없었다. 취업에 실패하고, 생활형편이 나빠지자 사회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국제공항경찰대는 지난 3일 사건 용의자 유모(36)씨를 폭발성 물건파열 예비 음모 및 특수 협박 혐의로 서울 구로구 자택에서 4일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유씨가 반사회적 범행을 저지른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실패’였다. 서울의 한 일반대학원 음악학과를 졸업한 유씨는 현재 직업이 없는 상태다. 가끔 병원에서 환자를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내와 한 살짜리 아이가 있지만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돈이 궁했다. 2003년 조울증 치료를 받았지만 돈이 없어 1년 전부터 병원에 못 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생활형편 때문에 짜증이 났고, 이로 인해 평소 사회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마음을 먹자 준비는 쉬웠다. 평소 영화에서 본 것을 바탕으로 가로 25㎝, 세로 30㎝, 높이 4㎝ 크기의 종이상자 외부에 부탄가스 등을 테이프로 감았다. 집 냉장고에 있던 브로콜리와 바나나껍질 등도 종이상자 안에 넣었다. 이어 인터넷 구글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 아랍어로 된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신이 처벌한다’는 내용의 글을 A5 용지에 직접 출력했다.
작업을 마친 유씨는 상자를 쇼핑백에 집어넣은 뒤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갔다. 그는 지난달 29일 오후 3시36분쯤 묵직해 보이는 쇼핑백을 들고 인천공항 1층 C입국장 남자화장실의 첫 번째 칸으로 들어갔다. 불과 2분 후엔 공항을 빠져나와 서울로 이동했다. 이후 집 근처 PC방에서 자신과 관련된 뉴스를 찾아 읽었다. 하루 뒤인 30일 지방에 있는 처가에 내려갔다가 이틀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도 했다. 경찰은 인천공항 1층 입국장에 설치된 CCTV 84대를 집중 분석해 유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적해 왔다.
경찰은 5일 오전 인천공항 남자 화장실에서 현장검증을 한다. 유씨의 영장실질심사는 같은 날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IS 등 테러단체와 연관성 등을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인천=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취업 안돼 생활 힘들어… 사회에 불만”… 30代 무직 인천공항 폭발물 용의자 체포
입력 2016-02-04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