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민폐’ 안되게 대체인력 지원체계 강화

입력 2016-02-04 21:22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서 11년차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모(36)씨는 최근 둘째 임신을 확인했다. 기다리던 둘째였지만, 회사에 임신 사실을 알릴 생각을 하니 마음부터 무거워졌다. 첫아이 출산과 육아휴직 과정에서 의도와 상관없이 팀원들에게 일 폭탄을 안겨주는 ‘죄인’이 돼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회사가 신씨 휴직으로 부족해지는 인력을 충원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씨 사례처럼 근로자 육아휴직으로 인한 업무공백을 남은 동료 직원에게 맡겨 해결하는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육아휴직자=민폐녀(남)’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를 인식, 기업의 대체인력 채용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 등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00개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41.0%가 육아휴직이 발생하면 ‘인력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이로 인한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체인력이나 정규인력 등을 새로 채용한 기업은 전체 중 37.7%에 그쳤다. 이 외에 대부분(46.3%)은 육아휴직자의 업무공백을 남은 직장동료가 분담해 해결하는 식이었다.

대체인력을 채용하려는 기업들도 적합한 인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21.9%가 대체인력을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대체인력뱅크를 운영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낮았다. 대체인력을 채용한 기업 대부분(76.9%)이 ‘자체 공고 등을 통해 채용한다’고 응답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의 대체인력 채용 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민간 대체인력뱅크 운영기관을 한 곳 더 늘린 데 이어 올해 ‘고용복지+센터’를 중심으로 새일센터, 지방자치단체 등과 연계한 대체인력 서비스 지원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 발생 등에 따라 대체인력을 채용해 30일 이상 고용을 유지한 경우 대체인력 1인당 중소기업은 월 60만원, 대기업은 월 30만원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고영선 고용부 차관도 이날 대체인력채용 모범 기업, 근로자 등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이 적합한 대체인력을 적시에 채용할 수 있도록 전국 단위의 대체인력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육아휴직 발생시 대체인력을 채용한 데 이어 계약직으로 뽑은 대체인력을 추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킨 중소기업 기흥모터스 등의 사례가 소개됐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