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쳐야 한다는 목사들의 중압감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자녀살해, 칼부림, 성추행 등 일부 목사들의 범죄가 잇따르는 원인 중 하나로 중압감에 인한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여기에 말씀과 삶의 분리, 윤리의식 실종, 상담·치유 경시 등이 겹치면서 충격적인 범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근복 크리스천아카데미 원장은 “목사들은 개인적 삶을 목회 현장에서 분리할 수 없다보니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며 “가정폭력이나 성적 일탈이 일어나는 것은 이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조제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도 “목회자가 교회 사역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표출할 곳을 찾지 못해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겉으로는 선해 보여도 속에서는 악마가 자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황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 지도자들의 리더십 붕괴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는 “한국사회 지도자들 중엔 조직에 대한 헌신이나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결핍된 이들이 많다”며 “이로 인해 규범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지고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져 범죄를 일으키곤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헌 한국드라마심리상담협회장도 “목회자뿐만 아니라 교수 등 지식인들이 지식을 전달만 하고 자기 삶으로 체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이라도 목회자의 영적 건강을 점검하고 목회자 가정을 돌보는 사역에 한국교회가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명진 다움코칭센터 대표는 “자녀교육 등으로 강박을 느끼곤 하는 목회자 부모를 치유하고 상담하는 사역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사무처장도 “지금까지는 목회자들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기도’로 풀라고 했지만 이젠 전문적 관리가 필요하다”며 “교단이나 노회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의헌 연세로뎀정신과의원 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상처받은 교인들에 대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A씨가 맡았던 교회 교인들과 가르쳤던 신학대 학생들도 충격이 컸을 것”이라며 “해당 교단이나 신학대, 한국교회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목회자라는 직업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반화의 오류는 경계해야 한다”면서 “A씨가 목회자라고 해서 기독교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교계 ‘부천 여중생 사건’ 충격] ‘좋은 모습’ 스트레스 시달리는 목회자들 영적 건강 점검 필요
입력 2016-02-04 20:48 수정 2016-02-04 2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