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가톨릭 남미, ‘지카’에 피임·낙태 금지 ‘흔들’

입력 2016-02-04 21:45
중남미 국가들이 최근 확산되는 지카바이러스로 잇따라 국민들에게 임신 자제를 권고하면서 지역의 국교나 다름없는 로마가톨릭의 핵심 교리 중 하나인 ‘피임 금지’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2010년 기준 남미의 가톨릭 인구비율은 72%다.

미국 매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3일(현지시간) 임신 자제를 촉구한 남미 각국의 가톨릭교회들이 피임금지 교리를 수정해야 한다는 압력에 맞닥뜨렸다고 전했다. 가톨릭에서는 콘돔이나 피임약 등을 통한 피임을 금지해 왔다. 성행위는 ‘하나님의 자녀를 잉태하는’ 숭고한 일이어서 이를 인위적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는 교리에서다.

콜롬비아는 얼마 전 올해 7월까지 임신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살 수 없는 겨울이 이때 시작하기 때문이다. 엘살바도르에서는 권고기간이 2018년까지다.

남미에서는 전부터 피임금지 교리가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2014년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66%의 남미 주민들이 피임금지 교리를 수정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은 이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톨릭의 낙태금지 교리 역시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낙태금지법이 엄격하기로 이름난 브라질에서도 현직 판사가 소두증 태아에 대한 낙태를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법 개정 여론이 일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