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사실상 비겼지만 ‘2위’를 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단단히 화가 났다.
9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열리는 뉴햄프셔주를 누비고 있는 샌더스 후보는 트위터 등을 통해 ‘클린턴은 진보(progressive)가 아니다’며 연쇄적으로 클린턴 후보에 포화를 퍼붓고 있다.
소득 불평등과 중산층 몰락 등을 거론하며 정책 위주의 선거 운동을 펼쳐온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3일 ‘더 이상 신사 샌더스는 없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샌더스가 전면 공세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여기에는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과정에서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일찍부터 승리를 자축하는 등 클린턴 캠프의 ‘비신사적’ 행태에 대한 분노가 있다. 게다가 클린턴 후보가 CNN 인터뷰 등을 통해 샌더스 후보가 뉴햄프셔주에서 우세한 이유는 단지 그가 인접한 버몬트주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거듭 주장하는 데도 마음이 상했다는 것이다.
샌더스 후보는 온종일 트위터를 통해 ‘내가 아는 대부분의 진보주의자는 월가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지 않는다’ ‘당신은 중도파일 수도, 진보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보파이면서 동시에 중도파일 수는 없다’는 등 클린턴의 애매모호한 진보적 성향을 집중 공격했다. 상원의원 시절 클린턴 후보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에 찬성표를 던진 ‘죄’도 당연히 언급됐다.
그는 “(클린턴이) 월가 대형 은행들로부터 강연료로 한 번에 수십만 달러의 거액을 받았다. 이런데도 월가에 대해 공정한 정책을 할 수 있겠느냐”며 사실상 클린턴 개인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진보파 기수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도 샌더스를 옹호하면서 향후 예정된 ‘클린턴-샌더스’ 간 일대일 토론회 등에서 클린턴의 월가 유착 관계가 핫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2위를 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도 ‘뒤늦게’ 분통을 터뜨렸다.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테드 크루즈가 (다른 경쟁 후보인) 벤 카슨이 경선을 중단할 것이라고 흘리며 자기에게 투표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많은 이가 크루즈의 이 사기 행위에 속아 카슨 대신 크루즈에게 투표했다”면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크루즈가 저지른 사기를 고려해 새로 선거를 하거나, 크루즈의 결과(승리)는 무효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크루즈 캠프는 지난 1일 아이오와 코커스 며칠 전부터 “벤 카슨이 경선을 중도에 그만둘 것”이라는 취지의 메일을 유권자들에게 발송했다.
한편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전국 50개주 가운데 공화당 우세 지역은 20개주, 민주당 우세는 14개주로 나타났다. 공화당 우세 지역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조사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처음이라고 갤럽은 밝혔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월가 돈 받은 힐러리, 진보 아냐” 성난 2위 샌더스 대공세
입력 2016-02-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