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역사 초등교 눈물로 문 닫는 날… 그 많던 학생 다 어디가고 이제 주인없는 건물만

입력 2016-02-04 21:16
강원도 인제군 원통초등학교 신덕분교장 박준상군이 4일 ‘나 홀로 졸업식’을 마친 뒤 가족, 선생님, 이순선 인제군수(오른쪽)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군 졸업으로 신덕분교 학생 수는 2명으로 줄었다. 인제군 제공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에 있는 근덕초교 노곡분교장은 5일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86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교사와 학생, 행정직원을 포함해 학교 구성원이 3명에 불과한 이 학교의 유일한 재학생인 정정수(13)군이 중학교로 진학하면 재학생이 한명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1930년 노곡국립보통학교로 개교한 뒤 지금까지 187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 학교는 지역 주민들에게 학교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곳이다. 한국전쟁 이후 화전민들이 모여 살던 이 마을의 주민들은 자식들에게 가난한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식 교육에 매진했다.

1960년대 노곡면에는 12살 이하 어린이 2054명을 포함해 5387명이 살았지만 올해 1월 말 현재 전체 주민은 794명, 12살 이하 어린이는 15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른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부터 개발시대를 거치며 젊은 층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대거 떠난 결과였다. 결국 이 학교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학생수가 줄기 시작해 1999년 1월 근덕초교 노곡분교로 전환됐다.

올해 교사 임용 5년차에 접어들었다는 이성균(33) 교사는 “교사가 된 후 절반의 시간을 정군과 함께 보냈는데 이제는 그동안 정들었던 정군, 교정과 작별을 하게 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4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학생과 선생님이 모두 떠나 텅 비는 학교는 강원도에서 8개교나 된다. 정부가 폐교 정책을 도입한 1982년부터 강원도 내에서 사라진 학교는 무려 446개교나 된다.

국토 최남단 제주 가파초교 마라분교장도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유일한 재학생인 김영주(13)군이 5일 졸업하면 재학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김군은 친구이자 선배인 정수현양이 2014년 2월 졸업한 이후 마라분교의 유일한 학생이 돼 2년째 ‘나 홀로 수업’을 받아왔다.

제주도교육청은 어떻게든 마라분교에 학생을 유치해 학교가 문을 닫는 상황은 막아보려고 노력해 왔다. 옛 마라분교장 건물을 2가구 정도가 살 수 있는 주택으로 정비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빌려주려고 예산도 확보했으나 의견수렴과정에서 무산됐다.

1958년 개교한 마라분교는 1980년대까지 학생수가 20여명에 달했지만 1990년대 이후 한 자릿수로 줄었고 최근에는 전교생 1명뿐인 학교로 명맥을 이어왔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입학하겠다는 학생이 없으면 학교를 휴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마라도에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연령의 어린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아마 1년간 휴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척=서승진 기자, 전국종합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