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 노곡면에 있는 근덕초교 노곡분교장은 5일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86년의 역사를 마감한다. 교사와 학생, 행정직원을 포함해 학교 구성원이 3명에 불과한 이 학교의 유일한 재학생인 정정수(13)군이 중학교로 진학하면 재학생이 한명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1930년 노곡국립보통학교로 개교한 뒤 지금까지 187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이 학교는 지역 주민들에게 학교 이상의 의미를 갖는 곳이다. 한국전쟁 이후 화전민들이 모여 살던 이 마을의 주민들은 자식들에게 가난한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식 교육에 매진했다.
1960년대 노곡면에는 12살 이하 어린이 2054명을 포함해 5387명이 살았지만 올해 1월 말 현재 전체 주민은 794명, 12살 이하 어린이는 15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다른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1960년대부터 개발시대를 거치며 젊은 층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대거 떠난 결과였다. 결국 이 학교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학생수가 줄기 시작해 1999년 1월 근덕초교 노곡분교로 전환됐다.
올해 교사 임용 5년차에 접어들었다는 이성균(33) 교사는 “교사가 된 후 절반의 시간을 정군과 함께 보냈는데 이제는 그동안 정들었던 정군, 교정과 작별을 하게 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4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학생과 선생님이 모두 떠나 텅 비는 학교는 강원도에서 8개교나 된다. 정부가 폐교 정책을 도입한 1982년부터 강원도 내에서 사라진 학교는 무려 446개교나 된다.
국토 최남단 제주 가파초교 마라분교장도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유일한 재학생인 김영주(13)군이 5일 졸업하면 재학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김군은 친구이자 선배인 정수현양이 2014년 2월 졸업한 이후 마라분교의 유일한 학생이 돼 2년째 ‘나 홀로 수업’을 받아왔다.
제주도교육청은 어떻게든 마라분교에 학생을 유치해 학교가 문을 닫는 상황은 막아보려고 노력해 왔다. 옛 마라분교장 건물을 2가구 정도가 살 수 있는 주택으로 정비해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에게 빌려주려고 예산도 확보했으나 의견수렴과정에서 무산됐다.
1958년 개교한 마라분교는 1980년대까지 학생수가 20여명에 달했지만 1990년대 이후 한 자릿수로 줄었고 최근에는 전교생 1명뿐인 학교로 명맥을 이어왔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입학하겠다는 학생이 없으면 학교를 휴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마라도에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연령의 어린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돼 아마 1년간 휴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척=서승진 기자, 전국종합 sjseo@kmib.co.kr
86년 역사 초등교 눈물로 문 닫는 날… 그 많던 학생 다 어디가고 이제 주인없는 건물만
입력 2016-02-04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