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만… 정치 없는 여의도

입력 2016-02-04 22:08

쟁점법안 처리와 4·13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해 소집된 1월 임시국회가 초라한 성적표를 남긴 채 마무리됐다. 쟁점법안 중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것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 딱 하나다. 원내대표 간 합의가 내부 강경그룹에 의해 뒤집히는 등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력 부재가 ‘무위(無爲) 국회’를 불러왔다. 때문에 노동 4법 등 쟁점법안의 2월 국회 처리에 대한 기대도 높지 않다.

국회는 4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 사업 재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특별법인 원샷법을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40개 법안을 처리했다. 원샷법은 재석 의원 223명 중 174명의 찬성(반대 24명, 기권 25명)으로 통과돼 지난해 7월 9일 국회에 제출된 지 210일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력 부재에 따른 난맥상(亂脈相)은 원샷법 처리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애초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어 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본회의 개최 직전 자구 하나를 문제 삼아 북한인권법을 불발시킨 데 이어 의원총회를 열고 원샷법마저 뒤집었다.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섰음에도 같은 행태가 재연된 것이다. 앞서 2014년 박영선 당시 원내대표 때도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가 야당 의원총회에서 두 번이나 퇴짜맞아 재협상을 벌였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쟁점법안 밀어붙이기와 청와대 눈치를 보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입김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협상력을 떨어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청와대는 더민주 김 위원장이 보낸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 축하 난을 “합의된 법안조차 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고 한때 거부해 여야의 추가 협상 여지마저 막아버렸다.

노동시장 구조조정을 위한 4개 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은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본회의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을 먼저 마무리할 경우 더민주가 쟁점법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을, 더민주는 새누리당이 선거구 획정을 다른 쟁점법안과 계속 연계하는 작전을 쓸 것이라는 의심을 서로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