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살인사건의 진범이 17년 만에 당시 억울하게 옥살이한 사람들과 피해자를 찾아가 참회했다. 이로써 현재 재심이 진행 중인 이 사건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경남에 사는 이모(48)씨는 지난달 29일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던 임모(37·전북 전주)씨 등 ‘삼례 3인조’를 찾아가 자신을 포함한 ‘부산 3인조’가 진범임을 자백하고 용서를 구했다. 다음 날엔 당시 숨진 유모(당시 77세) 할머니가 누워 있는 충남 부여의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나라슈퍼 사건’은 99년 2월 6일 새벽 4시쯤 일어났다. 당시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 3인조 강도가 들어 잠자던 유 할머니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하고, 현금과 패물 등 254만원어치를 털어 달아났다.
바로 뒤 19∼20세의 동네 청년 3명이 붙잡혀 구속됐다. 같은 해 10월 22일 대법원이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려 이들은 각각 3∼6년을 차가운 감방에서 보내야 했다. 이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2002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후 지난해 3월 2차 재심 청구가 이뤄져 현재 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같은 해 이씨 등 진범 3인조는 부산지검 강력부에 검거돼 자백까지 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무혐의로 풀려났다. 이들의 공소시효는 2009년 만료됐다. 이씨는 “당시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죄를 인정하고 자백했지만 검찰은 우리가 범인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제대로 처벌받았다면 이런 마음의 짐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묻힌 진실 나라슈퍼 강도살인… 17년 만에 진범 나타나 “사죄”
입력 2016-02-04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