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A씨가 여중생 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이나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 한국교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목회자와 평신도들은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목회자 양성과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들은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목회자들이다.
부천시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 소속 목회자 130여명은 4일 아침 부천 원미구 원미동교회에서 월례모임을 가졌다. ‘부천 여중생 사건’ 관련 안건은 다뤄지지 않았지만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부기총 관계자는 “사건이 발생한 뒤 전국 각지에서 A씨가 어느 교회 목사인지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졌으며 한국교회 목회자를 싸잡아 비난하는 항의도 빗발쳤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보도에 따르면 A씨가 ‘기도하면 딸이 부활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는데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며 “교단이나 신학대는 신학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참상이 알려진 뒤 크리스천으로서 참담함을 느꼈다는 목소리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은현(경기도 구리 은혜로교회)씨는 “회사동료가 ‘목사가 그랬다더라’고 했을 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다”며 “너무 부끄러운 일이라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장로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기독교인, 그것도 목회자를 통해 일어났다”며 “참혹한 현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원로목사는 “하나가 전체를 대표하거나 대변하진 않지만 하나의 썩음은 전체의 아픔이다. 썩은 부위는 도려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의 이미지 추락을 우려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진열(경기도 고양 신도제일교회) 장로는 “신학대 겸임교수로도 활동한 목사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면서 “한국교회의 위상이 날로 안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사건이 터져 안타깝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석현준(서울 중구 영락교회)씨는 “직장 동료들끼리 부천 여중생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데 범인이 목사님이라는 사실 때문에 크리스천으로서 가슴이 꽉 막힌 느낌이었다”며 “최근 전도하려고 기도하던 후배가 있는데 이 사건 때문에 교회와 목사에 대한 반감이 생기지 않을까 두렵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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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기자 lucidfall@kmib.co.kr
[교계 ‘부천 여중생 사건’ 충격] 참담·당혹… “우리 모두 회개 나서야”
입력 2016-02-04 20:47 수정 2016-02-05 0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