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4)가 꿈의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안정된 길을 놓고 가시밭길을 택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이대호와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승격이 보장되지 않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함에 따라 이대호는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처럼 공식 입단식도 갖지 못했다.
연봉도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스플릿 계약이란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 소속에 따라 연봉에 차이를 둔다는 조건을 다는 것이다. MLB닷컴은 “시애틀이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대호가 메이저리그에 입성하면 1년에 최대 400만 달러(약 48억70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시애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참가는 확정됐다. 이대호는 2월말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통해 메이저리그 입성 여부를 결정한다. 시애틀은 계약 직후 이대호를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는 25명으로 제한한다. 이대호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진짜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
계약은 이대호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곧바로 빅리그에 입성하지 못할 경우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기약 없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해야 한다. 불안한 신분과 함께 금전적인 손실도 있다. 연봉 최대 400만 달러는 인센티브가 포함된 금액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도전을 선택했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라는 안정된 퇴로가 있었지만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를 잡기 위해 3년 18억엔(약 183억원)을 준비했다고 한다. 연평균 6억엔(약 61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대호는 1루수 또는 지명타자 주전 자리를 놓고 무한경쟁에 돌입해야 한다. 주전 1루수 자리를 놓고 애덤 린드(33)와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린드는 풀타임 빅리거로 자리를 잡은 2009시즌 이후 부상으로 출전경기가 적었던 2012년과 2014년를 제외하고 해마다 20개 이상의 홈런을 친 강타자다. 다만 린드가 좌타자로 좌투수에게 약점을 보인 점을 고려하면 좌투수 등판 시 이대호가 중용될 수도 있다. 지명타자 자리는 지난 시즌 44홈런을 친 넬슨 크루스라는 확고한 주전이 자리를 잡고 있어 더욱 벅차다.
그래도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입성을 향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우선 그동안 응원하고 성원해 주신 국내외 야구 관계자와 팬들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메이저리그라는 최고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기회를 얻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서 팀에서의 주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충분히 그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다”며 “수준 높은 경쟁을 통해 팀에 보탬이 되도록 내 능력을 발휘할 생각이다. 기회를 준 시애틀 구단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5일 오전 귀국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빅보이’ 이대호, 평지 대신 험지로 가다… 시애틀과 1년 마이너리그 계약
입력 2016-02-05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