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휘자’ 성시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 “정명훈 선생님의 부지휘자 경험이 나를 성장시켜”

입력 2016-02-04 21:44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정명훈 선생님의 부지휘자로 활동한 경험이 저를 많이 성장시켰습니다.”

2014년 초 국·공립 오케스트라 사상 첫 여성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임명된 성시연(40·사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장은 지난 2년간의 탁월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2년간 연임이 결정됐다.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는 올해 프로그램과 내년 20주년을 앞두고 준비 중인 기획 등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클래식계 최고 이슈였던 정명훈의 서울시향 예술감독 사임과 경기필 단장 시절 단원 성추행 논란으로 클래식계를 떠났던 구자범 복귀가 더욱 관심을 모았다.

성 단장은 “정 선생님에 대해 후배 지휘자를 키우지 않는다는 비판을 하며 저를 언급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서울시향에서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던 저는 수혜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선생님께서 후배 지휘자들에게 기회를 주셨을 때 그것을 잡는 것은 개인 능력에 달렸다. 우리나라에 왜 좋은 지휘자가 나오지 않는지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3월 배우 윤석화의 연극 ‘마스터 클래스’의 음악감독 겸 반주자로 돌아오는 구자범 전 경기필 단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성 단장은 “구 선생님이 워낙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2013년) 당시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 사표를 내고 몇 달 뒤 제가 그 자리에 온 만큼 한동안 신경이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면서 “구 선생님이 조만간 지휘자로서 좋은 모습으로 클래식계에 복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현재 단장으로서 경기필의 아팠던 부분을 덮고 단원들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경기필과 구 선생님 사이의 뭔가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풀면 좋을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경기필은 올해도 바그너와 멘델스존을 주제로 한 ‘마스터 시리즈’와 세계 거장들의 무대인 ‘명연주자 시리즈’ 등 다양한 기획을 짜고 있다. 특히 6월 처음으로 음반 레코딩에도 나설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