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문제에 대해 전격 감사에 착수했다. 황찬현 감사원장은 3일 “지난 2일 내부 회의를 열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감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의 감사 청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이다.
한국어린이총연합회가 적시한 감사 대상은 서울·세종·광주·경기·전북·전남·강원교육청 등 7개 시·도교육청이지만, 나머지 10개 지방교육청의 예산편성 과정에 대해서도 점검하겠다는 것이 감사원의 방침이다. 교육부도 감사 대상이라고 했다. 이는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7개 교육청만 대상으로 감사할 경우 ‘표적감사’ 등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감사원은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를 따져보고, 지방교육청 입장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게 법적인 의무를 위반한 것인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감사는 여러모로 오해의 소지가 많다. 현재 정부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교육청들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검찰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교육감 6명을 수사하고 있고, 교육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12곳에만 목적예비비 1095억원을 차등해 지원했다. 이런 와중에 감사원까지 나선 것은 정부의 치밀한 ‘교육감 길들이기’의 일환이라고 교육청은 보고 있다. 교육감들은 또 이번 감사를 ‘정치감사’로 규정하고 있다. 고강도 감사원 감사를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감사를 하겠다고 나선 탓이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해 5∼7월 전국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지방교육청 재정운용 실태’를 감사한 바 있다.
그동안 감사원의 행태를 보면 교육감들의 이런 해석은 무리가 아니다. 감사원은 여권 실세인 최경환 의원 등 일부 정치인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취업 청탁을 했고, 감사원이 이를 눈감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강제 조사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며 발을 뺐다.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에서도 당시 최고 책임자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4대강, 자원외교 사업에서 정권에 따라 엇갈린 결과를 내놓은 것도 바로 감사원이다.
황 감사원장은 이번 감사에 대해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고 감사에 착수하는 것이다. 정치감사라는 식으로 몰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이번에도 독립적인 위치에서 엄정하게 감사하지 않고 또다시 정권의 눈치를 살핀다면 국민의 거센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다. ‘표적감사’ ‘정치감사’의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은 첫째도 둘째도 ‘중립’이다.
[사설] 정치검사만 문제인가 했더니 ‘정치감사’도 있었네
입력 2016-02-04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