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眞朴) 마케팅’은 대구·경북(TK)에서 일정한 성공을 거둘 것이다. 잘하면 부산·경남(PK)에서도 좀 성과가 있을게다. 21세기 정치에서 이런 선거운동 방식이 있을까 하는 비판과 냉소도 있지만, 정치에서 결과만 좋으면 좋은 거다. 진박 투어, 개소식 정치라는 용어까지 등장한 이 전략은 진박이 아닌 후보 입장에서 보면 낙선운동이다. 2000년 총선에서 일부 시민단체들은 공식적으로 낙선운동을 했다. 당시 집권 세력인 새천년민주당 핵심 그룹은 아주 비공식적으로 일부 단체들과 교감해 여권 내에서 찍어낼 후보를 논의했었다. 일부 성과도 냈다. 진박 마케팅은 공개적으로, 특정 지역을 겨냥해, 다음 국회에서 정파를 만들어내기 위해, 밀어 붙인다는 점에서 1987년 체제 이후 거의 처음 있는 창조 정치다. 여권 내 권력쟁투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진박마케팅 전략은 우선 박근혜 대통령을 내세워 충성파를 국회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복원 작업인데, 우리 정치 수준에서 그 감정을 자극하면 영남에서 먹혀들어갈 게다. 진박 논란이 생기기 전 핵심 친박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선거 전략의 처음과 끝은 지지층을 무조건 투표장으로 불러오는 것.” 대통령이 일관되게 국회 심판론을 제기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피아(彼我)를 확실히 분리시켜 우호 세력을 자극하는 것, 친박 핵심들은 남는 장사라고 결론을 낸 것이다.
둘째, 수도권이나 중부권에서의 부수적 효과다. 그들에게 알아서 판단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대통령의 뒷다리를 잡았다. 발목을 잡는 정도가 아니라 부러질 정도”라는 표현은 유승민이나 TK 의원들에게만 한 표현이 아니다. ‘이 줄에 서지 않으면 우리 편 아니다’는 뜻이다. 거기에 불출마 선언도 나오고, 여기저기 사정설도 있고…. 이런 게 터지면 여권 정치인은 일단 숨을 죽인다. 공천이 코앞인데 권력 앞에서는 수그리는게 상책이다.
셋째, 이게 가장 중요한 전략이자 목표인데, 선거 이후 여의도에 공고한 진지를 구축해 놓는 것이다. 그 친박 의원의 얘기 하나 더. “역대 어느 누구도 못했지만, 박 대통령은 다음 대선 때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불굴의 의지가 포함된 것인데, 그러려면 강력한 그룹이 받쳐줘야 한다. 다 변하고 흩어져도 우리 정치 현실에서 끝까지 가는 것은 지역주의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보수 세력의 중심이 되겠다는 의미다. 그래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든, 누구든 간에 대권 프로젝트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당 안팎의 비난을 일축하고 진박 캠페인은 더 강화될 것이다. 그래서 20대 국회에서 강력한 ‘진실한 사람들의 진지’가 구축됐다고 치자. 이 그룹의 특징은 이럴 것이다. 결집력 강한 계파 정치에, 지역색이 짙으며, 보수 주류임을 자처하고, 이념적으로 좀 완고해질 가능성이 많다. 상대적으로 여당의 수도권 세력은 불편해할 것이고, 느슨하지만 비(非)진박들의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많으며, 무엇보다 차기 대선에 부정적 요소라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대선 후보군 중심으로 분화되면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미래 권력’ 대립처럼 여권 내 격렬한 싸움은 시작된다.
2017년 중반쯤 되면 현 정권과 차별화, 새로운 정책 욕구 등이 거세지고 그야말로 의원들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피아 구분이다. 그때 지금의 ‘진실한 사람’들은 과연 계속 진박일 수 있을까. 지역주의로, 퇴임을 앞둔 대통령 중심으로, 현 정권의 정책을 기반으로 하는 결속력이 똑같이 유지될까. 2017년 대선 정치를 살펴보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보수세력의 앞날과도 연관성이 있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여의춘추-김명호] 진박은 2017년에도 진박일까
입력 2016-02-04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