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의 위력이 대단하다.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화공이 농화학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스위스 신젠타를 430억 달러(약 5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한다. 중국이 글로벌 인수·합병(M&A) 전쟁에서 미국 기업 몬산토를 꺾고 신젠타를 품에 안은 것이다. 인수가 마무리될 경우 중국의 해외 기업 M&A 규모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달 중순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칭다오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 부문을 54억 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해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한 달도 되지 않아 무려 8배에 이르는 금액으로 신젠타를 집어삼키게 된 것이다. 종자와 작물보호제(농약)는 바이오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시장이다. 이 때문에 농업생산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온 중국 당국의 지원 아래 중국화공이 독보적인 농화학 연구·개발(R&D) 기술을 보유한 신젠타 인수에 성공한 셈이다.
중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을 무섭게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M&A는 397건, 935억 달러(약 114조원)로 전년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중국이 M&A에 적극적인 이유는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시장 판도를 뒤흔들기 위해서다.
중국이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 변신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면 우리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와 기업은 우물 안 개구리 같다. 한국의 해외 M&A 규모는 2012년 1조7000억원에서 2014년 4000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도 2년 만에 처음으로 4일 열렸으나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얘기만 앵무새처럼 반복됐다. 재탕·삼탕의 투자확대 당부와 규제개혁 요청이 그것이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신시장 개척을 위한 창의적 정책 발상이나 도전·열정의 기업가 정신은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성장판이 닫힐 수밖에 없다.
[사설] 중국의 글로벌 M&A 러시, 우린 구경만 할 텐가
입력 2016-02-04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