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석호 전 사장 의혹 유야무야 덮을 생각 말라

입력 2016-02-04 18:33
초호화 해외출장으로 물의를 일으킨 방석호 아리랑TV 사장이 직(職)에서 물러난 건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조사가 끝나기 전에 그의 사표를 서둘러 수리한 정부 조치가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 국민 혈세를 주머니 쌈짓돈마냥 사적 용도로 펑펑 쓰는 등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방 전 사장의 행위는 범죄에 가깝다.

그럼에도 아리랑TV 감독 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파면이나 해임 등 징계 절차를 밟지 않고 사의를 수용해 ‘명예퇴진’의 길을 열어줬다. 이에 따라 방 전 사장은 세금으로 1400여만원의 퇴직금은 물론 수천만원의 성과급까지 받게 됐다. 게다가 아무런 법적 제약 없이 다른 공공기관에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다. 부정부패 혐의로 파면·해임돼야 향후 5년간 공공기관 취업의 제한을 받는다.

문체부는 사표 수리와 관계없이 특별조사를 진행해 위법 사항이 적발될 경우 법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나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방 전 사장은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특수 관계이다. 법대 교수 출신으로 방송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방 전 사장이 아리랑TV 사장에 임명될 때 낙하산 논란이 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와 관련된 의혹들은 또 있다. 국내 업무출장비 문제와 외주 제작사 선정 과정에서의 입찰 비리 의혹에 이어 미국 부동산 불법 매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문체부 진상조사는 방 전 사장이 아니라 실무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실무진의 실수’라는 아리랑TV 측 해명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짜깁기 조사를 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거다.

문체부 조사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산하기관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문체부에 조사를 담당하게 한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감사원과 검찰 등 사정당국이 나서야 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비리 정도에 합당한 책임을 다시 물어야 한다. 국고에 손실을 입힌 만큼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불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최고 형량으로 다스려 공직사회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 같은 부적격 인사가 공직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