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 수요 폭발 ‘아마추어들이 사로잡다’… 1인 창작 진화는 어디까지
입력 2016-02-06 04:03
콘텐츠 소비에 열정적이었던 마니아들이 창작의 영역으로 진출하는 흐름은 이전부터 존재했다. 인터넷에 소설을 쓰거나 동영상(UCC)을 제작해 유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취미나 재미의 차원에 묶여 있었다. 수익모델로 정착하진 못했다. 1인 창작은 재미에 머물던 아마추어 개인들의 콘텐츠 창작 활동을 직업화, 산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개인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걸 넘어 그 콘텐츠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일부 마니아들만 찾아보던 웹툰이나 웹소설, 동영상 등을 일반인들도 소비하기 시작했다. 또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가 구현되면서 콘텐츠에 대한 유료화가 사실상 처음으로 가능해졌다. 스마트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콘텐츠 소비의 새로운 채널로 자리를 잡음에 따라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통 미디어들은 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빈공간에 1인 창작자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웹소설
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지난해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 심사위원을 했다. SF·판타지 장르 심사를 맡았는데, 응모작이 3000∼4000편이 됐다고 한다. 로맨스 장르 응모작은 그보다 2배나 많았다. 중고생 작가들도 많았다.
네이버가 웹소설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3년이다. 네이버 웹툰이 수익을 내기까지는 10년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지만 웹소설은 시작과 동시에 폭발했다. 지난해 네이버에 연재된 웹소설 조회수는 18억건이었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네이버 웹소설을 방문한 독자는 500만명을 넘었다.
웹소설도 포털이 가장 큰 채널이다. 그러나 전문 웹소설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무협·판타지 웹소설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문피아의 경우 작가 1만4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의 고수입을 올리는 작가도 20∼30명 된다고 한다. 회원은 40만명. 지난 2013년 8월 유료화로 전환한 문피아의 연 매출은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으로 세 배 뛰었다.
웹소설의 수익은 주로 미리보기에서 나온다. 정식 연재작품이 웹소설로 공개되기 전 유료로 미리 보여주는 서비스다. 수익 배분은 보통 작가가 70%를 가져가는 식이다. 웹소설은 전자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으로도 가공돼 2차 부가가치를 낳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웹소설은 지난해 전자책 분야에서 70.2%의 압도적인 판매점유율을 기록했다.
◆1인 방송
CJ E&M의 자회사인 다이아TV에 소속된 1인 방송 제작자들 가운데 전업인 경우는 650여명(팀)이다. 상위 20명(팀)의 지난해 1분기 월평균 수입은 583만원으로 집계됐다. 황형준 다이아TV 본부장은 전업으로 1인 방송을 하는 인구가 국내에 작게 잡아도 2000∼3000명 될 거라고 보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이 숫자는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1인 방송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아프리카TV나 다음팟TV 같은 생방송 미디어와 유튜브 같은 녹화방송 미디어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방송을 보는 이들이 주는 시청료, 후자는 영상에 따라붙는 광고료가 주요 수입원이다.
유튜브에서는 누구나 개인 채널을 열 수 있다. 조회수가 높은 채널이 되면 광고도 붙일 수 있다. 광고 수익의 55%를 콘텐츠 생산자가 가져간다. 1인 방송은 유튜브와 결합하면서 강력한 사업모델이 될 수 있었다.
‘크리에이터’ ‘유튜버’ ‘BJ(Broadcast Jockey)’ 등으로 불리는 1인 방송 제작자들 중에는 100만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경우도 있다. ‘양띵’은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게임 방송을 하는데, 구독자가 130만명이 넘는다.
유명 크리에이터들은 아프리카TV나 유튜브를 즐겨보는 10, 20대에게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기업들의 콜라보레이션(협업) 요청도 늘고 있다. 기업들은 젊은 소비자들에 대한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에 주목해 제품 홍보나 신제품 기획에 1인 방송 스타들을 이용하고 있다.
황 본부장은 “지금까지 연예인들이 담당하던 제품과 브랜드의 광고를 1인 방송계 스타들이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면서 “연예인들은 셀럽(유명인)일 뿐이지만 크리에이터들은 팬을 거느린 셀럽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미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말했다.
◆웹툰
네이버 웹툰이 시작된 건 2004년이었다. 그러나 웹툰의 폭발이 이뤄진 건 2010년 이후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웹툰을 보는 이들이 40대로까지 확산됐고, 과금이 가능해졌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모바일이 결정적이었다”면서 “돈을 버는 작가들이 나오니까 웹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만화잡지의 연이은 폐간, 만화책의 판매 부진 등으로 기울어가던 한국 만화는 웹툰을 통해 부활했다. 기존에 출간됐던 출판만화들도 디지털 콘텐츠로 재가공돼 웹툰 사이트를 통해 재생되고 있다. 지난달 여러 웹툰 사이트에서 상위권에 오른 백승훈 작가의 ‘독고’와 ‘총수’는 과거의 출판만화가 디지털 소비자들에 의해 다시 발견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웹툰 전문 플랫폼인 레진코믹스에는 현재 400명의 작가가 활동하고 있다. 이 중 230명이 신인이다. 지난 1월 기준 1800여편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 중 500편은 웹툰이고, 나머지는 기존에 출간된 출판만화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6월 40명 작가, 50편의 작품을 가지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레진코믹스의 매출 성장세는 더 놀랍다. 창립 첫해 16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듬해 곧바로 103억원을 기록,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100억원을 돌파했다. 지금은 일본과 미국에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고, 지난해 9월부터 웹소설로도 영역을 넓혔다.
웹툰 작가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수입을 얻는다. 포털은 작가들의 급을 나눠 원고료를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고, 웹툰 전문 플랫폼들은 독자가 돈을 내고 보는 유료화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5년 발표한 ‘웹툰 산업 현황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가 원고료를 지급받는 연재 작품은 4661편에 이른다.
◆1인 미디어
개인 신분으로 미디어 활동을 수행하는 1인 저널리스트, 1인 미디어는 아직 정착하지 못한 단계다.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전업 정치블로거로 활동해온 아이엠피터(본명 임병도)는 “전업으로 1인 미디어를 하는 사람은 국내에 10명 미만일 것”이라며 “여기저기서 시도는 꽤 하는데 지속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아이엠피터는 하루 1건의 정치 관련 기사를 블로그에 올린다. 독자들의 후원금, 원고료, 방송 출연료 등으로 한 달에 2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린다. 그는 “콘텐츠만 좋으면 확산 기반은 잘 돼 있다. 그러나 수익과 연결되는 플랫폼이 하나도 없다”면서 “결국 돈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유튜브를 이용하면 광고비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저널리즘 분야는 텍스트 중심이라 동영상 중심의 유튜브에 어울리지 않는다. 또 동영상으로 제작한다고 해도 정치나 시사 분야는 유튜브에서 구독률이 극히 낮은 편이다.
요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는 게 카카오가 2014년 11월 시작한 스토리펀딩이다. 게재된 기사(이야기)를 보고 독자들이 후원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신문에서 10년간 일하고 퇴사한 박상규씨는 지난해부터 스토리펀딩을 통해 1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의 백두대간을 종주한 외국인 등산가의 얘기를 기록한 ‘백두에서 지리까지, 나는 걸었다’라는 시리즈가 특히 반향이 컸다. 두 달에 걸쳐 평균 주 1회씩 총 11건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이 기사를 보고 1631명이 6600만원을 모아줬다.
박씨는 “스토리펀딩을 통해 취재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혼자 취재하고 기사를 쓰니까 어려움이 없을 순 없지만 예전에 기자 생활할 때 정도의 수입은 올릴 수 있다”면서 “올해도 스토리펀딩을 통한 1인 미디어로 계속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귀현 카카오 스토리펀딩 총괄은 “현재 스토리펀딩에서 활동하는 1인 저널리스트는 5명 내외”라며 “광고를 붙일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