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3세 벽안(碧眼)의 할머니는 뛸 듯이 기뻐했다. 얼굴 가득 웃음기를 머금고 환호성을 질렀다. 왼손은 활을 잡은 것처럼 쭉 펴고 오른손은 활시위를 당기는 자세가 카메라에 잡혔다.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고 특유의 세리머니를 하는 우사인 볼트를 연상시켰다.
골프 입문 3년차인 미국 마저리 하다르 할머니. 하다르는 지난달 2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근처 골프장 5번 홀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했다. 7번 홀에서 티샷한 공도 홀로 빨려 들어갔다. 두 차례 모두 드라이버를 잡고 홀인원의 기적을 만들었다.
백혈병 투혼을 불사른 호주 프로골퍼 재러드 라일(34)은 지난해 12월 하루에 같은 홀에서 홀인원 두 개를 낚았다. 골수이식 수술을 받고 20개월 만에 복귀한 라운드에서 이룬 홀인원이어서 더욱 값졌다. 동일인이 하루에 홀인원 두 개를 기록할 확률은 67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세계 최연소 홀인원 기록은 1997년 6월 영국 매튜 드래퍼가 세웠다. 5세 212일. 골프채를 다루기에도 벅찰 나이였다. 역대 최고령 홀인원은 미국 거스 안드레온이 2014년 12월 103세 때 기록했다. 그는 이 기록을 세우기 전에 이미 일곱 번째 홀인원을 했고, 복권에도 세 번 당첨된 전력이 있다. 운수 대통한 노인이 아닐 수 없다.
드래퍼와 안드레온의 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지난해 12월 98세에 두 번째 홀인원을 한 미국 조 세픽은 최고령 홀인원 기록을 깨는 것을 목표로 골프장을 누비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째를 맞은 장하나(24)가 지난달 31일 앨버트로스를 기록했다. 파4홀에서 티샷한 공이 홀인원 하며 무려 3타를 줄인 것이다. 미 LPGA 투어 사상 처음이다. 미국프로골프(PGA)에서도 2001년 한 차례만 나온 진기록이다. 행운에 겨운 장하나가 홀 앞에서 넙죽 큰절을 올렸다. 그 사진이 참 이채롭다. 설을 앞둔 국민에게 장하나 같은 일만 생기길 고대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한마당-염성덕] 진기한 홀인원
입력 2016-02-04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