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본 삿포로 눈축제의 개막일이다. 남의 나라 축제를 더 알리기 위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축제의 힘겨웠던 지난날을 잠시 언급하고 싶을 뿐이다. 이 축제는 1950년 마음 착한 중학생들의 눈 조각 만들기에서 시작됐다. 이후 자위대가 참여해 대형 눈 조각들이 등장하고 행사장을 넓혀 단계적으로 축제의 덩치를 키우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차츰 입소문이 나고 손님들이 찾아들긴 했지만 눈에 띄는 파괴력은 없었고 그렇게 20여년이 흘렀다.
전쟁 직후 열악한 환경에서 오랜 무명시절을 거친 이 축제가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건 22년 만에 찾아온 우연한 기회 때문이었다.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이다. 올림픽 속 문화행사로 지역축제를 적극 활용하고 축제 조직위도 다시 오지 않을 기회란 걸 알아챈 듯 필사적인 협공작전을 펼쳤다. 오늘날 북해도가 세계적 관광명소가 된 건 이때부터였고, 삿포로 눈축제도 올림픽을 잘 활용한 결과물인 셈이다.
2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도 호평받은 것은 ‘축제’ 장면이었다. 18개의 개막식 구성 중 9번째로 등장한 이 장면에서 러시아의 전통축제인 마슬레니차를 재현했고 딤코보라는 전통 장난감 디자인을 융합해 아름다운 러시아문화를 축제 장면으로 올림픽에 노출시킨 것이다.
이처럼 올림픽과 같은 국제행사에서 축제의 활용은 여러 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당장 콘텐츠 창작비용이 줄어들고 시민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으며 지역문화를 쉽게 올림픽에 녹여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압축해 놓은 것이 축제니까 말이다. 삿포로 눈축제의 세계적 도약에 올림픽이 있던 것처럼 우리도 다가올 기회를 지혜롭게 활용하면 좋겠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축제와 축제 사이] <6> 올림픽과 축제
입력 2016-02-04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