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모해요? 다음세대와 하나님 잇는 ‘영혼의 다리’ 될래… 반승환 소울브릿지교회 목사

입력 2016-02-05 17:50
‘모해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노란 조끼를 입고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거리를 청소하는 모습. 얼굴마다 함박웃음이 피었다. 소울브릿지교회 제공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사근대로 소울브릿지교회에서 만난 반승환(33) 목사는 후드티에 트레이닝복 차림의 편한 모습이었다. 설교할 때도 정장을 거의 입지 않는다고 했다. 주로 청소년 대상으로 사역하는 만큼 이들의 눈높이에 맞고 편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저와 만나는 청소년들이 ‘목사님 같지 않아요, 형 같아요’란 말을 해줄 때가 가장 좋아요. 교회 목사라고 정장 입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저 아이들에게 하나님을 소개하고 연결해주는 ‘영혼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경기도 안산동산교회에서 7년간 중등부 사역자로 지낸 박 목사는 ‘불신자도 쉽게 올 수 있는 문턱 낮은 교회’를 꿈꾸며 2014년 1월 소울브릿지교회를 개척했다. 자신을 ‘다음세대에게 미친 목사’로 정의하는 그는 교회 근처인 서울 한양대 일대를 기독 청소년·청년과 청소하는 ‘모해 프로젝트’를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 ‘모해’는 ‘모퉁이를 비추는 해’란 의미. 이름대로 프로젝트 참가자 30∼40명은 왕십리에서 가장 구석지고 더러운 곳을 찾아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그 자리에서 복음을 전한다. 매달 영어로 ‘모해(MO HAE)’가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를 청소하는 젊은이들은 이제 지역의 유명인사가 됐다.

반 목사가 모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우연한 계기에서다.

“동역자들과 ‘청년 시절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할까’를 논의하다 나온 게 ‘모해 프로젝트’예요. 우리 초점은 주님을 위해 ‘무엇이 될까’가 아닌 ‘무엇을 할까’였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지요. 그러다 나온 안이 ‘땅 청소’예요. ‘정말 주님 사랑하는데,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으니 청소라도 하자’는 거였죠.”

이 논의 직후 반 목사는 주일 예배를 마친 뒤 성도들과 청소도구를 들고 한양대 일대를 돌며 묵묵히 쓰레기를 주웠다. 노란 조끼에는 일부러 교회 이름을 적지 않았다. 교회 이름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 번쯤 청소를 나오니 주변 상인들이 ‘어디서 나왔느냐’고 질문을 던졌고, 이 질문에 답하면서 자연스레 이들의 존재가 동네에 알려졌다. 이들의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개되면서 각지에서 청소에 동참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졌다.

현재 경기도 안산과 서인천 지역 교회들이 ‘모해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매달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다.

반 목사는 땅 청소를 마친 뒤 왕십리역 6번 출구에서 ‘땅 찬양’이라 부르는 찬양 예배를 30분간 드린다. 지하철역 입구를 예배 장소로 정한 건 쓰레기가 가장 많이 쌓인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낮은 곳에 오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가장 냄새나는 곳에서 예배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찬양 예배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목사면 다냐’며 다짜고짜 반 목사의 멱살을 잡는 사람도 있었고 마이크를 뺏어 욕설을 내뱉는 사람도 있었다.

“모해 프로젝트 참가자에게 매번 하는 말이 있어요. ‘욕하는 사람 분명 있지만 우리와 찬양하는 사람도 있으니 거기에 시선을 두자’고요. 기독교 이미지가 추락한 상황에서 우리를 보는 냉담한 시선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그리스도인 각자가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으니 이런 결과가 있는 거지요. ‘나부터 인식을 바꾸자’는 마음으로 청소하고 찬양하자고 당부합니다.”

반 목사는 이외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금·토요일에 열리는 ‘다음세대 예배’, 위기 청소년 밴드활동 ‘리스토어 스토리’, 한양대 교환학생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한강 프로젝트’ 등 다음세대 사역을 여럿 진행 중이다. 특히 다음세대 예배에 참석하는 중·고등부 학생 30명은 모두 거리에서 만나 교회로 이끌었다.

“학교 근처에 있다가 학생이 지나가면 ‘어디 가느냐’고 안부를 물으며 친해졌어요. 밤엔 담배 피우는 아이들 틈에 들어가 ‘요즘 많이 힘드냐’고 물으며 밥을 사줬고요. 처음엔 학부모들에게 장기밀매꾼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가까워진 아이들이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고, ‘하나님이 있긴 있느냐’며 물어올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그의 꿈은 교회 규모가 커지는 게 아니라 소울브릿지교회가 대학가마다 생기는 것이다. 반 목사는 “지금 교회가 자립하면 개척 멤버들과 다시 다음세대를 만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해 프로젝트

‘모퉁이를 비추는 해’라는 뜻으로, 청소년·청년들과 함께 교회 일대를 청소하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것.

글=양민경 기자, 사진=전호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