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화공(中國化工·CHEMCHINA)이 스위스의 농업생물공학 기업인 신젠타를 430억 달러 이상(약 5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이 3일 보도했다. 인수가 최종 마무리될 경우 중국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신젠타는 종자, 살충제 생산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신젠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중국화공이 주당 현금 465달러(약 56만6000원), 특별 배당금 5스위스프랑(약 6000원)에 인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당 480스위스프랑(약 57만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신젠타 주주는 추가로 올해 5월 예정된 배당금 11스위스프랑(약 1만3000원)도 받게 된다. 인수 제안가는 2일 마감가인 392.30스위스프랑(약 46만9000원)에 비해 20%가량 높은 수준이다.
신젠타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이를 주주들에게 권고할 예정이며, 기존 경영진은 계속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국화공의 렌 지안신 회장은 “양사 간 논의는 우호적이고, 건설적이며 협조적이었다”면서 “이번 협력이 이날 합의 발표로 이어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중국화공이 이미 은행들로부터 250억 달러(약 30조2000억원)규모의 브리지론(단기대출)을 마련해 둔 상태라고 보도하며 합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신젠타는 지난해 12월 몬산토와 중국화공 등과 인수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결국 중국화공이 인수 우선권을 가져갔다.
신젠타는 지난해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17% 줄어든 134억 달러(16조3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135억 달러를 소폭 밑돈다.
중국화공의 신젠타 인수는 농업 생산성을 강화하려는 중국 당국의 정책에도 부합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중산층의 곡물 소비 증가와 농지 축소로 중국의 농업 생산성을 강화하려고 애써 왔다. 이번 중국화공의 스위스업체 인수로 올 들어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을 크게 웃돌게 됐다.
이미 지난달 중국의 부동산·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완다그룹이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사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 달러(약 4조2350억원)에 인수했으며, 같은 달 중국 최대 가전 제조업체인 칭다오 하이얼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가전사업 부문을 54억 달러(약 6조500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글로벌 기업 삼키는 차이나머니 이번엔 스위스 ‘신젠타’ 52조에 인수
입력 2016-02-03 2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