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에 또 뒤통수 맞고도… “미국 때문” 주장
입력 2016-02-03 22:26
중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에 자제를 요구하면서도 당혹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미국 책임론’을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가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평양을 전격 방문한 2일 나온 데 대해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중국은 우 대표의 방북을 통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고 6자회담 재개를 타진할 계획이었으나 북한의 뒤통수 때리기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미국 기반 중화권 매체인 둬웨이는 3일 “우 대표 방북일에 북한의 발표가 이뤄진 것은 우 대표와 중국 정부에 샤마웨이(下馬威·관리가 부임 초 부하들에게 보여주는 본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중국 길들이기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불쾌감을 반영하듯 “북한도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지만 현재 북한의 이 권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로 제한을 받고 있다”면서 “북한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미사일 발사가 북측의 명백한 잘못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루 대변인은 북핵 문제가 교착국면에 빠진 것은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뺨을 때린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사람들을 매우 유감스럽게 만드는 것은, 중국이 아닌 다른 이유로 그 같은 공동인식이 실행되지 못하고 6자회담이 중단 국면으로 빠지게 된 점”이라며 “공교롭게도 6자회담이 중단되고 유관 국가가 일방적으로 제재·압력을 강조하는 목소리 속에서 조선의 핵실험이 이어져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선은 확실히 유관 국가의 뺨을 때린 것이 맞다. 그 뺨이 누구의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 것”이라고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북한이 기어코 위성 발사를 하려 한다면 우리도 제지할 수 없다”면서 거듭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미국은 미사일 발사 시 더욱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 도발 행위는 그 자체로 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 위반인 4차 핵실험 직후에 나왔다”면서 “북한이 진정한 대가를 치르도록 국제사회가 지속적인 압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3일 “실제론 탄도미사일을 의미하는 발사를 강행하는 것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한·미와 연대해 강력하게 자제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정보수집, 경계감시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토, 영공 또는 영해에 들어오면 요격토록 수도권과 오키나와의 자위대에 25일까지 ‘파괴조치 명령’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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