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서 숨진 지 1년가량이 지난 미라 상태의 여중생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기도 부천 소사경찰서는 3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여중생의 아버지인 목사 A씨(48)와 계모 B씨(40)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17일 부천 자신의 집에서 중학생인 딸 C양(14)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년가량 시신을 집안에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양의 시신은 3일 오전 9시쯤 경찰이 A씨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이불이 덮인 채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가출했다 귀가한 C양에게 가출 이유 등을 추궁하면서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5시간 동안 빗자루와 빨랫대의 살 등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와 함께 빗자루와 빨랫대로 5시간 동안 폭행했고, 딸을 때리고 나서 잠을 자라고 한 뒤 다른 방에서 자고 일어나 오후 7시쯤 가보니 딸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숨진 딸을 이불로 덮어놓고 있다가 냄새가 나자 방향제를 뿌려두고 집에 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시신은 완전히 백골화된 상태는 아니고 약간 밀랍화된 상태였다. 냄새가 심하지 않았고 방에서 방향제와 향초 여러 개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A씨 부부는 딸의 시신을 방치한 이유에 대해 “기도를 (열심히) 하면 딸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해 시신을 방안에 둔 것”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게다가 A씨는 C양이 숨진 직후인 지난해 3월 18∼19일에도 담임교사에게 “아이가 가출했다. 연락은 되지 않지만 돈을 많이 갖고 나갔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어 실종신고를 하라는 담임교사의 독촉에 못 이겨 같은 달 31일 가까운 지구대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당시 C양의 가출 전력을 이유로 단순 미귀가자로 판단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미귀가 신고 접수 후 A씨 집을 방문하려 했지만 그때마다 ‘직장이 근처니까 직장에서 만나자’고 해 세 차례 밖에서 만났다”며 “또 당시 친구와 친인척들을 탐문 수사했지만 폭행 관련 단서가 없어 강제수사로 전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귀가자 현황 파악을 하던 경찰은 지난달 18일 숨진 C양의 친구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3월 15일 C양이 가출한 직후 만났을 때 종아리와 손에 멍자국이 있어서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많이 맞았다고 하더라”는 진술을 확보하고 C양 부모 집을 압수수색했다.
숨진 C양을 비롯한 1남 2녀의 자녀들은 2010년 재혼한 아버지와 함께 2년간 살았으나 계모와의 갈등으로 2012년부터는 따로 살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큰아들(19)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따로 살았으며, 큰딸(16)은 아버지의 지인 집에서 지냈다. 숨진 C양은 계모의 친동생(39) 집에서 살면서 폭행을 견디지 못해 자주 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이틀 전인 지난해 3월 15일에도 가출한 C양은 다음날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으나 해당 교사는 그날 밤 C양을 보호자인 A씨 집에 데려다줬다. C양은 그 다음날 죽음을 맞았다.
수도권의 한 신학대 출신으로 독일 유학파인 A씨는 개척교회 담임목사로 활동하면서 모교에서 강사로 일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3년 기초헬라어를 펴낼 정도로 촉망받는 신학자였으나 재혼 후 계모와 아이들의 불화로 파국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인천=정창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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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악마’ 아버지… 미라로 발견된 여중생
입력 2016-02-03 21:41 수정 2016-02-05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