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내 판단 능력은 50대 시절과 같다”반복, 여동생측 “동일답변 되풀이 문제”주장

입력 2016-02-03 21:42 수정 2016-02-04 00:35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청구’ 첫 심리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 회장은 평소와 달리 휠체어를 타지 않고 지팡이에만 의지한 채 걸었다. 구성찬 기자

롯데그룹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자신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판가름할 법원 심리에 ‘깜짝 출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리에서 신 회장은 “판단력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정신감정을 실시해 신 회장의 건강 상태를 판단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3일 오후 4시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귀에 보청기를 끼고 지팡이를 짚으며 법정으로 향했다. ‘어떤 일로 왔는지 아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 시간 뒤 법정을 나선 신 회장은 휠체어에 탄 채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날 신 회장이 보여준 ‘판단력’에 대한 양측 의견은 엇갈린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신 회장이 본인 판단력에 대해 길게 말했다”며 “재판장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신 회장이 ‘내 판단력은 50대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여동생 신정숙(79)씨에 대해 ‘그 애(정숙씨) 판단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숙씨 측 변호인은 “심리 내용을 자세히 밝히는 건 부적절하다”면서도 “신 회장이 같은 답변을 계속 반복하는 등 객관적으로 봐도 판단력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했다.

법원은 다음달 9일 2차 심문기일에서 신 회장의 정신감정을 실시할 병원 등을 확정키로 했다. 신 회장의 후견인 지정 여부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핵심 변수다. 성년후견제는 질병·노령 등 정신적 제약을 겪는 사람에게 후견인을 정해 재산 관리·치료 등을 돕는 제도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