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고, 체온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사망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남편 시신과 7년간 동거해 논란을 낳았던 ‘방배동 미라 사건’ 아내의 주장이 꼭 허황된 것만은 아니었다. 사건의 주인공인 약사 조모(49·여)씨는 숨진 남편의 휴직급여를 챙긴 혐의(사기)로 기소됐지만 “조씨 남편이 당시 숨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와 함께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장일혁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의 사망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며 조씨에게 3일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는 환경부 고위 공무원이던 남편이 간암으로 2007년 3월 숨졌지만 이를 환경부에 알리지 않았다. 이후 2009년 1월까지 남편의 휴직수당과 명예퇴직금 등 명목으로 2억1000여만원을 받았는데, 검찰은 조씨가 환경부를 속였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장 부장판사는 조씨 남편이 2007년 3월 사망했다는 것을 의심의 여지없이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조씨가 남편의 사망을 알면서도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체 검안서에도 조씨 남편의 사망 시점은 ‘2013년 12월 26일 이전’이라고만 기재돼 있었다.
장 부장판사는 “조씨 남편은 숨졌음에도 현대과학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부패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조씨가 2008년 가족들에게 “남편을 돌봐 달라”고 말한 점 역시 그가 남편의 사망을 숨기고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거가 됐다. 사망신고를 하면 비슷한 액수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던 점, 약사인 조씨에겐 일정한 수입이 있었다는 점 등도 조씨에게 범행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으로 판단됐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미라 7년 동거 사건’ 아내 남편 휴직수당 사기 무죄
입력 2016-02-03 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