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접촉 통한 지카바이러스 감염 美서 확인

입력 2016-02-03 22:12
신생아의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 사례가 미국에서 처음 나왔다. 세계 보건 당국이 드물게 수혈 및 성관계로 지카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지만 실제 사례로 나타난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카운티 보건국은 지카바이러스 확산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다녀온 방문객과 성관계를 가진 한 환자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 감염자에 대해 모기가 아닌 성 접촉으로 감염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커리 톰슨 댈러스카운티 보건국장은 “성관계 때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감염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적십자사도 이날 성명을 통해 “지카바이러스 창궐 지역을 방문한 헌혈 희망자는 헌혈 전 최소 28일간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연초 대만에 입국한 태국 남성에 이어 이날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22세 태국 남성이 추가로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칠레에서도 처음 감염자가 확인됐으며 이미 3649명이 감염된 온두라스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니카라과에서도 2명의 임신부가 지카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아프리카 대부분과 남유럽, 아시아 등 많은 지역에 서식해 이들 지역에 지카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된다며 글로벌 대응팀 편성에 나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모기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모기 유충에 방사선을 쏘여 수컷을 불임화하는 기술을 브라질 등 회원국들에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3일 국내 지카바이러스 의심사례 7건이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이날 “지카바이러스 유행 지역을 여행한 가임기 여성은 한 달 정도 임신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밝혔다. 또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발생국 여행 시 임신부는 허용량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모기 기피제를 발라도 되지만 사용 전 주의사항을 확인하라고 권고했다.

이종선 권기석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