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트럼프 대세론, 회생이냐 추락이냐
입력 2016-02-04 04:00
미국 대선 첫 번째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확연한 승리’도, ‘확실한 패배’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가 나오면서 후보들이 두 번째 경선인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인상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뉴햄프셔는 인구 133만명의 작은 주이고, 선출 대의원 규모(민주 32명, 공화 23명)도 작다. 하지만 당원들만 참여한 아이오와 코커스와 달리 일반 유권자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예비선거 형태로 치러지기에 대선 본선전 양상을 엿볼 수 있어 중요한 승부처로 꼽혀왔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공화당의 경선 상황을 전하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뉴햄프셔에 피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테드 크루즈, 도널드 트럼프, 마루코 루비오 간 3파전 양상인 공화당 경선은 주자들이 뉴햄프셔에 가동할 수 있는 전력을 다 쏟아 붓는 분위기다.
아이오와에서 보수적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압도적 지지로 1위를 한 크루즈 상원의원은 뉴햄프셔가 아이오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후보를 좋아하는 점을 감안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간의 정책 부실에 초점을 맞춰 유세를 벌였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특히 역대 뉴햄프셔 대의원 가운데 40%가 무당파였다는 점에서 중도 표심을 공략했다.
뉴햄프셔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려온 트럼프는 “아이오와 경선 결과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면서 “아이오와에서 ‘지상전’을 소홀히 했지만 뉴햄프셔에서는 일을 잘 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솔직히 나한테는 기성정치 지지자들이 많은 아이오와보다 뉴햄프셔가 더 체질에 맞는다”고 덧붙였다.
깜짝 선두주자군에 진입한 루비오 후보의 경우 이날 새벽 2시 뉴햄프셔에 도착, 해가 뜨기 전부터 새벽 식당가를 돌며 유세를 펼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특히 루비오 측은 하위권 주자들을 공격해 그들을 지지하던 표가 루비오 쪽으로 쏠리게 하는 전략을 세우고 뉴햄프셔 유세팀에 ‘공격진’을 대거 투입했다. NYT는 “루비오와 크루즈 등 경쟁 후보들이 뉴햄프셔를 ‘트럼프 돌풍’의 무덤으로 삼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화당 주류와 주요 기부자들이 ‘루비오 밀어주기’로 나설 조짐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오가 갑작스럽게 비상하자 6위 후보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루비오는 경험이 일천하다”고 비판하는 등 타 후보들의 ‘루비오 견제’도 본격화됐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민주당 주자들도 ‘올인’하기는 마찬가지다. NYT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뉴햄프셔 햄프턴 유세에서 “뉴햄프셔가 옆 주(州)인 버몬트주 출신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는 앞마당이나 다름없다”면서 “내가 여러분의 이웃인 샌더스와 싸우지만 적극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클린턴 측 캠프는 특히 “2008년 뉴햄프셔에서 당시 오바마 후보를 이긴 경험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후보 측도 새벽 5시부터 강행군을 펼쳤다.
1위가 예상되는 버니 샌더스 의원은 뉴햄프셔주에서 이기더라도 큰 격차로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이곳에서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TV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샌더스는 아이오와 경선 이후 기부 행렬이 이어져 24시간 만에 300만 달러(약 36억원)를 모금했다. 샌더스는 뉴햄프셔 키니 유세에서 “9일에 또 한 번의 ‘정치혁명’을 이루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손병호 기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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