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아버지는 함께 놀아주시고, 할머니는 맛있는 거 해주셔서 좋아요. 저희들은 참 행복한 가족인 것 같아요.” 설날 연휴를 1주일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효성백년가약아파트 이동우(46·경북도청 공무원)씨의 집. 주일을 맞아 가족 모두가 거실에 모였다. 3대까지도 함께 살기 어려운 핵가족시대에 이씨 가족은 4대가 함께 생활한다. 할아버지(이덕조·95), 어머니(김순자·71), 아내(육재현·39), 아들(상직·13·초교6), 딸(보나·10·초교3) 이렇게 여섯이다. 백수(白壽)를 바라보는 어르신을 모시고 사는 집인데도 분위기는 밝고 훈훈했다. 할아버지가 건강하신 데다 서로 배려와 사랑하는 마음이 배어 있기 때문이었다.
4대가 한집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2월. 이씨가 포항에 근무하다 대구로 발령받으면서 할아버지를 모시고 있던 어머니와 살림을 합친 것이다.
이씨는 부부 공무원이다. 아내 역시 경북도청에 근무한다. 부부가 맞벌이하는 탓에 살림살이는 어머니 몫이 된 지 오래다. 며느리 육씨는 “어머니 덕분에 정말 편하게 직장생활에 충실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시어머니의 배려로 며느리는 사무실(경북도청 사회복지과)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며 성실함과 책임감 강한 직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육씨는 “어른들과 함께 생활해보니 따로 살 때보다 생활비가 오히려 적게 든다”며 “경제적인 이유로 어른들과 함께 살지 못한다는 사람들은 핑계”라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아이들까지 잘 챙겨주시니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어머니 김씨는 69년 경북 영덕에서 울릉도로 시집가면서 시아버지와 한집에서 살게 됐다.
김씨는 “혼자된 시아버지를 봉양하느라 고생이 많으셨겠다”는 기자의 위로에 “전혀 힘든 줄 모르고 지금까지 왔다”며 ‘쿨’하게 말했다. 시집살이 할 때부터 시어머니보다 시아버지가 더 자상하게 챙겨주셔서 편안하게 지내왔다고 했다.
김씨는 “만약 시어머니가 혼자 남으셨다면 모실지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며 웃었다. 시아버지와 평생 함께 지내는 게 그런 의리 때문이라고 했다.
시아버지는 돼지고기와 표고버섯을 넣어 끓인 김치찌개를 좋아하고 요즘에도 하루 커피 3잔을 마실 정도로 건강체질이다.
김씨는 “시아버지가 사시는 동안 늘 건강하고 증손자·증손녀에게 많은 추억거리를 남길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증손자·증손녀들의 식사시간과 등교시간을 일일이 체크하고, 이따금 아이들의 방문을 열어보기도 하며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증손자·증손녀 역시 게임을 할 때나 TV를 시청할 때나 늘 할아버지에게 살갑게 재롱을 부린다. 설 연휴에는 이씨의 작은아버지와 고모, 여동생 등이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온다.
이씨는 “서로 배려하며 살아가는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감사의 조건이자 삶의 활력소”라며 “자녀들이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모습만 보고 있어도 그저 뿌듯하다”고 말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한 지붕 4대, 행복은 4배… 배려·사랑 가득한 대구 이동우씨 가족의 설맞이
입력 2016-02-04 19:04 수정 2016-02-05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