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굿판’ 일파만파… 이이재 의원 “행사 개입 안했다”

입력 2016-02-03 21:06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열린 굿판(국민일보 2월 2일자 29면 참조)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한국교회 주요 인사들은 3일 한 목소리로 굿판을 규탄하며 행사를 주선한 새누리당 이이재 의원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새누리당도 이 의원에게 해명과 수습을 요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장 김명혁 목사는 “공공기관인 국회에서 굿판을 벌인 것은 당연히 잘못”이라면서도 “이 땅에서 미신행위가 없어지도록 교회가 먼저 회개하고 거룩함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비전70사업단장 오치용 목사는 “나라의 선지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귀신을 부르는 굿판과 국운발표회를 통해 나라의 운명을 점친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 목사는 “새누리당과 이 의원은 즉각 국민 앞에 사과하고 21세기 대한민국 국회 안에서 다시는 미신적인 무속행위가 재연되지 않도록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에서 굿판을 벌이다니 황당하다” “부끄럽다. 세계 경제규모 10위인 나라가 귀신한테 복을 빌다니”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굿판을 개탄하는 논평을 냈던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조일래 목사)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 사무실에는 새누리당과 이 의원을 성토하는 목회자와 성도들의 전화가 잇따랐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김무성 대표 등이 나서 이 의원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이 주최했다고 당에 보고돼 (김 대표와 여러 의원들이) 서둘러 해명을 하든, 사과를 하든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단순한 학술발표회 성격으로 장소제공만 해준 것일 뿐, 이 의원은 이번 행사와 관련해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행사인 재수굿은 이 의원실과 국회사무처 승인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바로 제지당했다”면서 “제사상을 치우고 굿 자체를 취소한 뒤 문화예술공연으로 대체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은 “경위여부를 떠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면서 “새누리당 종교위원장으로서 종교화합차원에서 합동 국운 학술발표를 위한 의례적인 장소제공만 했을 뿐, 주선한 적도 주최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