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빨강이 최고야] 한 가지만 좋아하는 아이 마음 그린 스테디셀러 그림책

입력 2016-02-04 20:24
아이들은 왜 특정한 색이나 물건만 고집할까. 그림책의 주인공도 그렇다. 빨강이 좋은 소녀는 모든 걸 빨강만 찾는다. 양말도, 장화도, 장갑도, 외투도….

엄마 눈에는 그런 딸이 마뜩찮을 때가 많다. 그 치마에는 흰 양말이 어울린다고 해도 빨강 양말을 신는다. 그래야 높이 뛸 수 있다나. 추운 날 두툼한 파란 외투를 입고 나가라고 하면, 빨강 외투라야 동화 속 빨간 모자 흉내를 낼 수 있다며 그 낡은 외투를 고집한다. 초록색 컵에 주스를 따라놔도 빨간 컵에 담아 마시려고 한다. 심지어 구멍이 났거나 말거나 빨강 장갑을 낀다. 그래야 눈 뭉치를 더 멀리 날릴 수 있다면서.

소녀가 좋아하는 빨강의 종류가 끝없이 이어진다. 빨강 잠옷, 빨강 머리핀, 빨강 컵, 빨강 물감…. 그 물건의 종류마다 빨강을 고집하는 이유도 참 아이답다. 내 아이라면 그 고집에 혀를 찰 수도 있겠지만 책이라서 그런지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다. 그렇게 이유를 대는 소녀가 사랑스러우니.

저자도 이 책을 쓸 당시 빨강색만 좋아하는 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또 그때는 아이 마음을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고 술회했다.

이 책은 캐나다에서 1982년 출간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영어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을 위해 한글판은 양장본으로, 영어판은 페이퍼백으로 해서 묶음으로 내놨다. 종이책과 스마트폰으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더 책’ 서비스 시리즈 중 하나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