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공매도’에 부글부글… 개미들, 증권사 갈아타기

입력 2016-02-03 21:40
셀트리온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맞서 주식 대여(대차)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옮아가고 있다.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빌릴 수 없게 만들겠다는 목적이지만 기저에는 증권사가 몰래 주식을 빌려줄지 모른다는 불신이 깊게 깔려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투자증권으로 이관된 셀트리온 주식은 올 들어서만 232만7000여주다. 2일 종가 11만8800원을 기준으로 하면 2764억원어치에 달한다. LIG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으로도 계속 셀트리온 주식이 이관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주식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다.

주식 대차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가 이어지자 KB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홈페이지 고객게시판에 “당사는 개인 고객님들의 자산을 대상으로 대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특히 “법인영업 부문에서 기관과 기관을 대상으로 중개대차는 하지만 셀트리온 관련 주식은 중개대차를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에 배팅하는 투자 방식이다. 예를 들어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현재 10만원에 주식을 팔고 나중에 떨어지면 8만원에 사서 갚고 2만원의 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흔히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공매도에는 유동성 확대, 주가 거품 제거 등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사실상 기관과 외국인만 공매도가 가능해 개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대주거래를 통해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는 있지만 대여기간이 짧고 증권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등 제약 조건으로 인해 활용이 힘들다.

수년 전에도 셀트리온은 공매도로 몸살을 앓았다. 최근 각종 호재에도 지난달 27일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비중이 20.41%에 이르는 등 공매도 세력 공세가 강해지자 “이대로 당할 수 없다”며 셀트리온 개인투자자들이 결집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셀트리온 움직임에 자극을 받은 SK하이닉스, 호텔신라 등의 주주들도 주식대여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계좌 이동은 증권사에 대한 불신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대여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증권사가 마음대로 주식을 가져다 빌려준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한국에서 공매도를 하기 위해선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한다. 증권사는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빌린 뒤 수수료를 제공하고 필요한 곳에 이 주식을 빌려주는 ‘주식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드시 대여주식이 공매도에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경우 주가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수료를 받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 주가를 낮추는 셈이다. 애널리스트가 종목 추천 보고서 등을 띄워 ‘개미’를 꼬이게 하고 기관이 공매도에 나서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져 증권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측면도 많다.

증권사들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대여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은 계좌에서 증권 대여가 발생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의가 증가하자 2일 “증권대여 서비스는 정해진 가입 절차를 거쳐야 가입 가능하며 미가입 계좌에서는 주식 대여가 일절 불가능하다”고 안내문을 띄웠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