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는 3일 서울시 구로구 연동로 성공회대 캠퍼스에서 교단 소속 전체 목회자를 상대로 성폭력 관련 교육을 진행했다. 2일부터 2박3일간 진행된 2016년 대한성공회 전국 성직자 신학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최대헌 심리극장 청자다방 대표를 초청해 성폭력방지 예방교육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그동안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 등 일부 교단 노회나 여성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성폭력 관련 교육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전체 목회자를 상대로 실시한 것은 교계에서 사실상 처음이다.
유시경 교무원장은 “최근 전모 목사 사례 등 기독교계에도 성폭력과 관련해 문제가 많았다”며 “성직자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우리 개개인이 숙지할 뿐 아니라 각자 맡고 있는 조직과 단체에 이 내용을 잘 전달하고 가르치며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품위 있게 권력을 쓰지 못할 때 성폭력, 성희롱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품위란 각각의 지위나 위치에 따라 갖춰야 한다고 생각되는 품성과 교양의 정도를 뜻한다. 최 대표는 “용맹하고 불의에 대항하던 다윗은 어느 순간 왜 남의 아내를 탐하는 사람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특별한 누군가여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우리아의 아내를 탐하는 다윗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례를 통해 자신의 의도와 달리 듣는 사람에게 영향력을 주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는 생각에 여학생에게 남자 교수 옆에 가서 앉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여학생에게는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신부님들은 가족, 교회 등 사적으로 많은 관계 속에서 이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인지적으로 ‘권력을 갖고 있다’고 의식하고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할 때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직자 서품을 받았으니 성직자가 다 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성직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수에 참석한 성공회 남녀 성직자 60여명은 진지하게 최 대표의 강연을 청취했다. 이경호 간석교회 신부는 “여성 신자들을 많이 만나는 위치에 있는데 목회자로서 무심코 권력을 잘못 사용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면서 스스로 목회를 성찰해 볼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 여성 성직자는 “좀 더 사례 중심으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이런 이슈를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글·사진=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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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품위 있게 권력 쓰지 않을 때 성추문 발생”… 성공회, 목회자 대상 첫 성폭력 예방 특강
입력 2016-02-03 19:26 수정 2016-02-03 21:00